사진=손해보험협회
사진=손해보험협회

[이코리아]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권에서도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플랫폼의 보험상품 중개도 시작되는 만큼, 보험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를 비롯해 다수의 핀테크 업체가 참여하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신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다.

지난달에는 생명보험회사 22개, 손해보험회사 18개, 핀테크사 11개가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 보험사 및 핀테크사는 협약에 따라 적극 협력해 내년 1월부터 자동차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실손의료보험, 저축성보험(연금 제외) 등을 대상으로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보험비교·추천서비스는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금융위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정보비대칭성이 해소되면 소비자가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해 가장 적합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비교·추천 플랫폼을 통해 보험사 간 경쟁이 촉진되면 보험료 인하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줄어들 수있다. 

보험업계도 플랫폼을 통한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은 지난달 열린 협약식에서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보험회사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고 디지털 방식의 보험서비스를 확보하며, 핀테크사는 보험상품 취급 등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상호 윈-윈(Win-Win)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빅테크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이 보험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만큼, 업계의 긴장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실제 대출시장의 경우 플랫폼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플랫폼 금융상품 중개: 2024년 제판분리의 원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중개플랫폼의 취급액은 지난 2019년 1207억원에서 지난해 17.4조원으로 144배나 증가했다. 중개수수료 규모 또한 같은 기간 13억원에서 17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출시장처럼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보험중개 부문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갈 경우 보험사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KB경영연구소는 지난 1월 발표한 ‘한국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제도의 현실’ 보고서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테크는 시장을 장악한 후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관련 시장에서 이익을 독식하는 다수의 사례가 나타난 바 있다”라며 “빅테크는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시장을 장악한 이후 중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개연성이 매우 높으며, 빅테크에 종속된 금융상품 판매업자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해 일부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플랫폼 상에서 취급되는 보험상품이 제한적인 만큼 보험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개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여행자·화재보험 등 단기보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펫보험, 신용보험 등이다. 상품구조가 복잡한 종신, 건강, 변액보험 등은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어 제외됐다.

또한 금융위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 전 알고리즘의 공정성 및 적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코스콤 등)으로부터 검증받도록 했으며, 비교·추천과정에서 가공된 정보를 비교·추천 목적 외에 활용·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플랫폼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의 제휴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수수료도 일정 한도 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플랫폼 중개가 단기간에 보험상품 판매의 주요 채널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플랫폼 중개가 시행 초기여서 제휴금융사 확보가 쉽지 않고, 예금 및 보험중개는 샌드박스 형태로 운영되어 제도화되지 않은 임시라이센스라는 한계가 있다”라며 플랫폼 중개가 주요 채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금융회사의 플랫폼 참여가 필수적이나 대형 금융회사의 플랫폼 참여가 아직은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마음에 든다고 ‘한 번 사볼까’ 할 수 있는 상품과는 다르다”라며 “대면 영업을 통한 설득 없이 소비자를 보험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중개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보험시장에 큰 여파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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