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이코리아]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이산화탄소(CO₂)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책과제에 지질자원연구원, 한양대, SK어스온 등과 공동 참여한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로부터 나오는 CO₂를 모아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때문이다. 

CCS는 당장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산화탄소 저장 분야의 경우 한국은 해양 지중저장방식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해양 지중저장방식은 영구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가스누출 및 지진유발 등 안정성 문제와 대규모 저장소 존재여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탄소중립의 핵심분야인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탐사에 착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전담하는 ‘한반도 권역별 종합 2D·3D 물리탐사 및 전산재처리를 통한 상용화급 대규모 CO2 저장소 확보’ 국책과제에는 석유공사 외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양대, SK어스온 등 분야별 전문기술을 보유한 7개 기관 및 기업들과 함께 참여한다.

이번 국책과제는 한반도 주변 해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탐사하여 이산화탄소를 어느 장소에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석유공사는 과거 국내 대륙붕 석유탐사를 위해 확보한 물리탐사 자료에 최신 기술을 적용해서 자료의 질을 개선하고 한반도 인접 해역에 대한 정밀 탐사 지역과 이산화탄소 저장소 유망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초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에서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를 통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연간 480만 톤(t)으로 상향했다. 포집할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장소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동해가스전 외에는 명확한 저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 대륙붕 지역에 상당한 양의 저장공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 따른 저장 용량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에는 기여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이다. 그렇지만 이는 2030년까지 단기적인 목표로, 탄소 중립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저장 장소의 실증적 탐색이 필요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10억 톤의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필요한 상황으로, 국가 탄소중립에서 CCS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륙붕 중장기 개발 마스터 플랜인‘광개토(廣開土) 프로젝트’와 이번 국책과제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해역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40여 년간 국·내외 석유개발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이번 국책과제와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국가 탄소감축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기술 투자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CCS를 활용해 탄소를 감축하는 기업에 톤당 최대 8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으로 CCS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도 CCS 투자비의 50%,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DAC(Direct Air Capture) 투자비의 6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준다.

올해 3월 공개된 EU의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에서는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 CCUS를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산업을 EU 역내 유치하기 위한 인허가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기술·제품의 연 수요 40%를 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통해 시장을 창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2030년까지 약 1000만톤, 중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연간 최대 8500만톤의 온실가스를 포집 및 저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CCS에 투자를 늘리고 관련 사업 계획에 나서고 있다. 국제에너지 기구(IEA)도 현재 연간 3900만 톤 수준인 저장량이 2050년까지 연간 60억 톤 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CCS 기술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대신 원유를 뽑는 EOR 공법에 활용되면서 제대로 된 탄소저감 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해 9월 ‘처치 곤란의 탄소포집, 우리가 얻은 교훈(The carbon capture crux: Lessons learned)’ 보고서를 발표해 “현재 상태에서 CCS 기술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제대로 된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IEEFA는 CCS 기술이 온실가스 저감 효과 대신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EEFA와 글로벌 CCS 협의체(Global CCS 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3900만 톤의 규모의 CCS 사업 중 69%가 천연가스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에 활용된다. 

문제는 천연가스의 전 주기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생산 과정에서 포집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소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IEEFA는 “천연가스의 소비(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주기 배출량의 최대 90%에 육박한다”라며 “일부분에 그치는 나머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이유로 석유·천연가스전 개발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더 악화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포집된 CCS가 온전히 저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IEEFA와 글로벌 CCS 협의체에 따르면 이산화탄소가 온전히 저장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건 27%에 불과하다. 나머지 73%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넣고, 그 압력을 토대로 원유를 추가적으로 끌어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원유회수증진(enhanced oil recovery, EOR)이라는 공법으로, 잠재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질 화석연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2022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간 협의체(IPCC)의 제3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CCS 기술은 비쌀뿐더러 감축 잠재력 또한 재생에너지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CCS를 덧붙여 산업의 수명을 연명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CCS는 당장 대안이 없는 일부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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