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은행권 연체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가계·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에 악영향이 없도록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말(0.39%) 대비 0.04%포인트, 전년 동월 말(0.24%) 대비 0.1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분기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하기 때문이, 통상 연체율은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8월 0.43%로 2020년 2월 이후 3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은행 연체율은 3분기 말이었던 지난 9월 소폭 하락했으나, 10월 들어 반등하며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에 도달했다. 

신규연체율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중 신규연체율은 0.11%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의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한 달 만에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고금리로 인해 차주들이 느끼는 이자부담은 여전히 가중되고 있다는 것.

특히, 기업대출 상승세가 가파르다.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월말 대비 0.06%포인트, 전년 동월말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말 대비 0.02%포인트,  전년 동월말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건설업 부문의 부실 우려가 크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23조238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말(20조3915억원) 대비 14%, 2021년 말(15조9704억원) 대비 46% 증가한 수준이다. 

건설업종 연체액 또한 1051억원으로 2021년 말(330억원) 대비 3.2배나 불어났다. 한 시중은행의 건설업종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0.83%로 전년 동월 대비 0.36%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13개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 및 부동산업의 연체가 꾸준히 발생함에 따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장기평균에 근접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은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으나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건설업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금융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5대 시중은행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14% 늘었는데, 연체액은 작년의 2배를 넘었고, 연체율 역시 1.7배 증가했다”라며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건설사 줄도산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의 8개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유 의장은 이어 “PF 대출 부실이 터질 경우에 해당 사업장에 대출한 상호금융 영업점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리 강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부동산발 부실 충격이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자영업자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말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말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월말 대비 0.29%포인트 상승했다. 

아직 연령별 통계와 관련한 최근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특히 젊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잠정)’ 통계에 따르면, 29세 이하 개인사업자 대출은 6099만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적었지만, 연체율은 0.6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가계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출 부실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노력도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 발표한 ‘국내은행 건전성 위협 요인 및 향후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시장금리는 짧은 기간에 큰 폭으로 올라 단기간에 이전 수준으로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어 한계기업들의 부실화가 늘어날 것”이라며 “ 최근 국내은행은 수익성이 개선되고 건전성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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