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하림그룹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경영권 매각 향방이 정해진 이후에도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8일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 팬오션과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구성한 컨소시엄을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림은 벌크선사인 팬오션에 컨테이너선 위주인 HMM를 더한 시너지 효과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HMM 경영권 매각 향방이 결정되자 관련 종목의 주가는 널을 뛰고 있다. 우선 하림지주와 하림의 주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진 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2905원이었던 하림 주가는 19~20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1일 4910원까지 올랐다가 22일 13%나 급락해 427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림지주 또한 18일 7000원에서 20일 8800원까지 25.7%나 급등했다가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7710원까지 떨어졌다.

HMM도 마찬가지다 18일 1만7540원이었던 HMM은 인수 소식 발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만2100원까지 올랐으나 21일 11.6%나 급락하며 1만9530원까지 주저앉았다. 22일 2만200원까지 소폭 반등한 HMM은 26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2.7% 하락한 1만966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권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됐음에도 관련 종목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배경에는 이번 인수 절차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이 놓여있다. 자산 규모 17조원대의 하림은 26조원 수준의 HMM 인수를 위해 6조4000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 인수자금 마련에 따르는 부담이 큰 만큼 하림의 인수전 완주 여부에 대한 우려는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자금 구성은 자기자본 3~4조원, 인수금융 2~3조원”이라며 “JKL의 5000~7000억원 지원 사격, 하림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 자산 유동화 등의 방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 9월말 기준 하림지주,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약 9800억원, 57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만큼 팬오션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규모의 증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림지주의 팬오션 지분율은 54.7%인데, 별도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610억원에 불과해 증자 시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팬오션 증자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팬오션 시가총액(약 2조원)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림으로서는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데다, 증자에 마련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존 팬오션 주주들의 유상증자에 참여를 유도하는 것 또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 대상인 팬오션의 주가는 산은 발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4555원이었던 팬오션 주가는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2일 기준 3730원(△18.1%)까지 떨어졌다. 팬오션 주가는 26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0.5% 하락한 37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HMM 매각 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이번 딜로 한국시장은 해운주 투자처를 상실했다”라며 “KDB산업은행은 이번 인수 성사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이상하면서도 해운업 투자를 잘 하는 투자은행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의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가치 회복 기간이 1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필자는 1년 이내 주식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 비율을 알 수 없음을 감안해 팬오션을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또한 HMM 적정 주가로 1만5000원을 제기하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했다. 엄 연구원은 “인수 주체의 장기계획상 글로벌 상위 5위의 선사로 커지기 위해서는 현재 2.8%에 불과한 선대점유율을 현재 몸집의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데 선박기재 투자에만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라며 “매각자금이 HMM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게 들어가므로 미래를 위한 신규투자는 오롯이 HMM의 자체적인 자금으로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림이 이번 인수전을 무사히 완주해 한국의 ‘카길’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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