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전기차가 충전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전기차가 충전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일본의 4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태국에서 대규모 전기 자동차 제조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태국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나온 투자 계획이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요타,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향후 5년간 태국에 1500억 바트(약 5조6265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태국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차이 와차로크 대변인은 “토요타 자동차와 혼다는 각각 약 500억 바트를 투자할 것이며, 이스즈는 300억 바트, 미쓰비시는 200억 바트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회사들은 향후 2~3년 이내에 전기 픽업 트럭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또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토요타, 혼다, 이스즈, 미쓰비시 등은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동남아시아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10배가 증가한 가운데 태국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동남아시아 전체 판매량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수십 년 동안 태국 자동차 부문을 지배해 왔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계의 점유율 급등은 태국의 전기차 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태국 정부는 EV 3.5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로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2022년부터 SAIC의 MG와 호존(Hozon)의 네타(Neta), GWM의 오라(Ora) 및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계 브랜드의 점유율이 급상승 중이다. 하나증권이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계로는 MG, BYD, GWM, Neta가 진출해 있는데, 2023년 10월 누적 기준 점유율이 각각 3%·3%·2%·2%로 합산 10%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판매대수가 105% 급증했으며, 점유율도 5%에서 2배로 상승한 것이다.

태국 전기차 시장은 2022년 약 1만대로 비중이 1%에 불과했으나, 정책 효과로 2023년 10월 누적으로는 5.8만대(판매비중 9%), 2023년 연간으로는 6.8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계 브랜드들이 8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으로 전기차 수입 관세율 0%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태국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2026년부터 현지생산이 의무화되는 조건이 있다. 이에 BYD 등 중국전기차 업체들은 태국의 새로운 생산시설에 14억4000만 달러(약 1조8644억 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전체 태국 자동차 내수 시장의 73%를 일본계 브랜드들이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 점유율 79%에서 하락한 수치다. 토요타가 34%를 점유 중이고, 이스즈·혼다의 점유율이 각각 20%·12%이다. 미쓰비시·마쓰다는 각각 4%·2% 점유하고 있다. 포드가 5% 점유하고 있고,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1%로 낮다.

전문가들은 태국 자동차 시장 내 중국계 브랜드의 부상은 한국 및 일본 경쟁업체 모두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계의 부상은 일본계 및 한국계 모두에게 위협이 될 것인바 관련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태국을 기반으로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직접적 경쟁 관계로 발전되는 일본계는 점유율 하락의 리스크가 있고, 한국계는 경쟁자들에게 선점 효과를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초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 태국 법인을 설립하고 정식으로 사업 활동을 시작했다.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는 지난 11월에 열린 ‘제40회 타이 국제 모터 엑스포 2023'에서 현대 아이오닉 5를 공식 출시했다. 아이오닉 5 모델은 한국 생산 공장에서 CBU(완전히 조립된 상태의 자동차)로 태국으로 수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지 특화 차량 출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향후 현지 생산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태국에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태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지난 2021년 1월 완성된 인도네시아 공장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완성차 공장이 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한다. 태국에서도 비슷한 계획을 세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발표한 ‘태국 EV 3.5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전기차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국가 전기차정책위원회(EV Board)는 지난 11월 2024년에서 2027년 동안 적용될 전기차 보조금 정책 EV3.5를 승인했다.  EV3.5 보조금 정책은 배터리 용량이 50kWh 이상이면서 판매 가격이 200만 바트(약 7372만 원) 이하인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5~10만 바트(약 184~369만 원)를 제공한다. 

EV 3.5 보조금 정책 승인을 받은 제조사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배터리 전기차를 수입할 경우 수입 관세 40% 인하를 받을 수 있으며, 수입 전기차 가격이 200만 바트(약 7372만 원) 이하일 경우 소비세가 8%에서 2%로 인하된다. 그러나 2026년 부터 수입 차량 1대당 2대 비율로 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며, 2027년에 생산을 시작하는 경우 수입 차량 1대당 3대 생산 비율이 적용된다. 

아이오닉 5의 경우 '프리미엄', '익스클루시브', '퍼스트 에디션'의 3가지 유형이 있으며, '프리미엄'과 '익스클루시브'는 가격이 200만 바트 미만이기 때문에 보조금의 대상이 된다. 한-아세안(ASEAN) 자유무역협정(AKFTA)에 따르면, 한국차에 ​​대한 관세율은 40%인데, EV3.5에 참가하면 아이오닉 5는 사실상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보고서는 “EV 3.5보조금 정책은 기존의 EV3.0 보조금 정책보다 지원 금액이 낮아지고 태국 내 전기차 생산 의무가 강화됐지만 태국은 자동차 생산 능력과 수출용 생산 기지로의 장점 때문에 전기차 제조사 및 부품사들이 태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태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구동모터코아, 전력저장장치, 배터리 리싸이클링 등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서 협력 및 진출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자동차 시장들이 친환경차 정책을 쓰면서 중국산 전기차들이 보조금에 힘입어 본격 보급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자회사 다이하쓰의 품질 인증 부정행위로 국내외에서 전 차종(주로 경차)의 출고를 중단하는 등 큰 악재가 겹치면서 동남아 점유율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들의 공세가 가장 거세며, 토요타의 수성공략이 이어져 쉽진 않겠지만 우리나라도 자카르타 공장 설립 등 동남아 현지 제조공장 설립을 통해 동남아 시장의 틈새 공략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