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정치 무대에 서게 됐다. 언론은 ‘한동훈 비대위’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전 장관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또한 한 전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전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저는 잘 하고 싶었다. 동료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라며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그건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 전 장관은 이어 “검사 일을 마치면서도 같은 말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제가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18~22일 보도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8~22일 보도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한동훈’ 관련 보도,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과 ‘김건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한동훈’을 검색하자,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총 162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300건 이상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특히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내정 소식이 전해진 21일에는 가장 많은 511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한 전 장관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비대위원장’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동훈 장관은 당 내외 인사 중 다수가 추천하는 인물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그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분”이라며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과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어 갈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전 장관 기사에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이다. 이는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한 전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에는 ‘친윤’, ‘친윤석열’ 등의 표현도 포함됐다. 

‘김건희 특검법’, ‘김건희 여사’도 연관 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한 전 장관의 부정적인 평가와 그에 따른 논란에 언론이 높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해당 법안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해 야당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언론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정치 무대에 데뷔한 한 전 장관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2일 기사에서 “‘한동훈 비대위’의 첫 과제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공언한 ‘김건희 특검법’이 꼽힌다”라며 “김건희 특검법을 대하는 태도는 한동훈 비대위가 당정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일부 매체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독소조항으로 ▲특검이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고 ▲야권이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꼽은 한 전 장관의 비판을 검증했다. 한겨레는 19일 기사에서 수사 상황 생중계 조항에 대해 “이 조항은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12조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 브리핑 조항’은 2018년 국회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 12조에도 똑같이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또한 20일 기사에서 야권의 특검 추천 조항에 대해 “‘드루킹 특검’의 경우 민주당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했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에 특검 후보자 추천권이 각각 있었다”라며 ‘최순실 특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앞선 특검법에선 원내교섭단체를 기준으로 했다”라며 “이번처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단독으로 추천권을 갖는 경우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26일 법무부 장관 임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 26일 법무부 장관 임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한동훈 비대위, ‘尹心’ 거스를 수 있을까?

한 전 장관의 정치 무대 데뷔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일부 매체는 정치 신인인 한 전 장관이 여당 혁신을 통해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22일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수장으로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년 반 동안 여권 내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스타 장관’이었다”라며 “21년 강골 검사의 꼿꼿한 이미지에 순발력 있는 언술 등이 ‘스마트 보수’의 새 간판으로 주목될 만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흩어진 보수지지층을 결집하면서도 20·30 청년층과 중도층을 두루 확장하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아야 한다”라며 “정치 신인의 참신한 시각으로 신선한 인물 발탁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만 등 돌린 중도층을 설득해 영남당 이미지의 한계를 벗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친윤’ 비대위 출범으로 인해 수직적 당정관계가 고착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킬 정도로 어렵게 된 것은 윤 대통령 탓이 크다”라며 “윤 대통령이 비상 상황을 만들었는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상대책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순리에 맞지는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만약 수직 관계가 그대로라면 한 위원장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여당이 혁신을 서두르게 된 원인이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사실을 한 장관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추대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검찰 출신인 자신에게 제기된 우려를 기우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영남 중진과 비윤석열계 사이에는 검찰과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인 ‘찐윤’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라며 “이를 불식하기 위한 공정한 공천 기준 마련과 새로운 인물 영입이 없다면 공천 반발에 따른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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