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원 하나생명보험 차기 대표이사 후보(왼쪽)와 배성원 하나손해보험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진=하나금융그룹
남궁원 하나생명보험 차기 대표이사 후보(왼쪽)와 배성원 하나손해보험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진=하나금융그룹

[이코리아] 하나금융그룹이 보험 자회사 대표이사 교체에 나섰다. 대부분의 관계사 대표를 유임시킨 가운데 보험 자회사만 새 수장을 앉히기로 한만큼,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18일 열린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관경위)에서 하나손해보험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각각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 정해성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부사장을 추천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4일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하나생명 CEO 후보로 남궁원 현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낙점했다.

하나금융은 이번에 총 10곳의 관계사 CEO 인선을 논의했는데, 이 가운데 7곳은 현 CEO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고물가·고금리 및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 것. 지주사 회장이 바뀐 KB금융을 제외하면 신한·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관계사 CEO 교체 폭이 크지 않았다. 

이처럼 안정을 중시한 인사 기조 속에서 유독 보험 자회사 CEO가 교체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취약한 보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하나생명·손보는 규모·실적 면에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나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다. 신한라이프(4276억원), KB라이프생명(2804억원) 등 다른 금융그룹 계열 생보사가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그룹 전체 순익에 기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규모다. 

하나손보는 더욱 나쁜 상황이다. 하나손보는 올해 3분기 368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100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 2020년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하나손보는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사옥 매각 덕분에 20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매각 기저효과가 사라진 2022년에는 70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처럼 보험 자회사가 힘을 내지 못하자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익에 대한 비은행 기여도는 12.8%로 30%를 웃도는 KB·신한 등의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 2021년 32.9%까지 높아졌던 하나금융의 비은행 기여도는 보험 부문 부진과 함께 2022년 18.9%로 급락했고, 올해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 부문의 저조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정’을 중시한 인사 기조 속에서도 보험 자회사에 대해서는 CEO 교체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손보 차기 CEO 후보로 추천된 배성완 내정자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 GA사업부장, 장기보험부문장 등을 거치며 30년간 삼성화재에서만 일해온 손보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인사다. 하나손보 출범 이후 처음 영입한 외부인사 출신 CEO인 만큼 체질개선을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나생명 차기 CEO 후보로 추천된 남궁원 내정자는 1991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하나금융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하나금융은 자금시장 전문가인 남 내정자에게 보험이익 규모가 낮고 최근 투자영업 리스크가 대두된 하나생명의 건전성을 강화할 구원투수 역할을 바라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 관계사 CEO 후보들은 향후 열릴 이사회 및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안정 속 변화’를 선택한 하나금융의 연말 인사가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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