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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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석유정제 산업은 생산 과정 자체로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 섹터(전체 배출량의 6%)다. 탄소배출량 상위 업종인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규제환경 변화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에 정유산업은 탄소감축 정책 강화로 변화되는 국내외 환경과 더불어 정제과정에서도 탄소 저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탄소가격제가 활성화되는 한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 2026년부터 시행이 본격화된다. 탄소배출 규제는 EU 뿐만 아니라 2027년 CBAM을 도입할 예정인 영국 외에 미국, 캐나다도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당초 목표를 55%로 상향 조정한 EU는 구체적인 실행 수단으로 2021년 7월, ‘탄소감축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CBAM이다. 현재로선 철강, 알루미늄 외에 EU로 수출되는 품목 대부분은 CBAM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EU집행위가 향후 유기화학물, 플라스틱 등 탄소누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정유 기업들의 비용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가 지난 9월에 발표한 ‘CBAM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 보고서에 석유화학과 정제산업은 2028년에 CBAM에 포함되고, 가치사슬 전체는 2036년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CBAM이 단기적으로 5년 또는 그 이상에 걸쳐 국제 무역 흐름을 재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타 국가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압박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다만 원유 및 정유 제품 시장은 가격에 따라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CBAM 도입으로 인해 EU 순수입량은 위협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나 탄소 집약도와 수출국의 탄소 가격에 따라 무역 지형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석유 분야에 대해 보고서는 “석유 생산업체와 정유업체는 비용 증가에 따른 전략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업체는 탄소 저감 기술 투자 확대, 생산 배출량이 낮은 원유의 역내 시장 가치 극대화 등을 선택적으로 추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정유업종은 정제 과정에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에 크게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US) 적용 △생산 공정의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상쇄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KB증권이 18일 발표한 ‘[정유업종] 변화 속도에 대한 균형감각이 핵심’ 보고서에 따르면 정유업종 내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인 경로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US) 적용이다. 

정유업종 내 기업들은 공정 내 온실 가스가 배출되는 곳이 특정 지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특정 장소에 탄소포집 설비를 설치하면 배출되는 탄소를 대다수 포집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는 점이 탄소포집 기술 적용에 주목하는 이유다. 게다가 포집된 탄소를 저장할 곳(폐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석유 개발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정유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이유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CCUS 프로젝트들(2022년 발표한 탄소포집 규모는 연 4,500만톤 수준)의 상당수가 정유 업체 및 석유개발 기업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증 한다. 2019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최대 정유 공장인 Lysekil은 CCUS를 적용하여 연간 14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현재 40만톤)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OGCI에 소속된 정유 및 석유 개발 기업들은 정유 공정에 CCUS를 구현하기 위한 솔루션 및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10억 달러 규모) 중에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정유 기업의 탄소포집 사업 현황은 어떨까.

SK이노베이션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포집된 탄소를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OIL은 동광화학에 이산화탄소(액화탄산)를 공급해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한국 동서발전과 여수시와 함께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대오일뱅크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CCU 실증사업(이산화탄소 이용 메탄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선진국 대비 기술력, 연구개발(R&D) 투자 등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CCUS 기술은 미국을 기준으로 80%이며, 기술격차는 5.0년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 기준 지난 10년간 CCUS 분야의 R&D 총규모는 4600억 원으로, 2010년 7월에 발표한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의 투자 금액인 1조 2000억 원 대비 50% 이하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CCUS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21년 민·관합동인 K-CCUS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CCUS 산업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또 일부 정유사들을 중심으로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을 배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S-OIL은 2016년부터 폐열재사용을 통해 연간 6.1만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3년부터 정유제품 쿨링에 나오는 폐열을 스팀으로 재활용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재사용 중이다. 

김준섭·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정유 기업들의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적용과 같은 탄소배출량 저감 활동은 자본지출(CAPEX)과 감가상각비 증가로 연결된다"면서도 "향후 탄소배출권 경제가 본격화될 것임을 감안시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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