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체 육아휴직자 수 및 비중. 자료=통계청
2022년 전체 육아휴직자 수 및 비중. 자료=통계청

[이코리아] 국내에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동등하게 육아를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19만99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4.2%(2만4866명) 증가한 것으로, 2011년(28.7%)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아빠 육아휴직자의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아빠는 5만4240명으로 전년 대비 28.5% 증가해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만명을 넘었다. 생후 12개월 내의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3개월은 부모에게 각각 통상임금 전액을 지원하는 ‘3+3 육아휴직제’가 지난해 도입되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전히 육아휴직에 있어서 성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아빠의 비중은 27.1%로 엄마(72.9%)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빠 육아휴직자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동등육아가 가능한 여건이 마련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실제 많은 아빠들은 여전히 직장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40대 회사원 A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동기들 중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부서장에게 시기를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긴 기간을 보장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52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프랑스(26주), 아이슬란드(20주) 등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용률을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출생아 100명당 여성 30명, 남성 5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OECD 평균은 여성 118.2명, 남성 43.4명(2020년 기준)이었다. 전반적으로 격차가 크지만, 아빠 육아휴직자의 차이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이같이 저조한 사용률의 이유로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기업 문화가 꼽힌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아빠 육아휴직자는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잘 쉬었냐'였다”라며 남성의 육아휴직을 휴식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전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0년 시행한 ‘일·가정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47.3%에 그쳤다.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가 가장 많이(49.6%) 꼽혔다.

낮은 소득대체율도 문제다. 보건복지부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아빠 육아휴직자는 “소득 대비 지원금이 너무 적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며 “소득을 100% 보전하면서 육아휴직 장려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육아휴직자에게는 전 기간 통상임금의 80%가 지급되며,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둔 경우 첫 3개월간 100%가 지급된다. 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그다지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상·하한액이 정해져 있어 격차가 여전히 크다. 실제 현재 국내 육아휴직 급여의 상·하한액은 각각 150만원·70만원이며, ‘3+3 제도’ 적용 시 첫째 달 200만원, 둘째 달 250만원, 셋째 달 300만원의 상한이 적용된다. 

반면, 출생아 100명당 여성 380명, 남성 314.1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상한액이 훨씬 높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의 효과: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조건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자녀 1명당 480일(부모 1인당 240일)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며 195일의 기간 동안 소득의 77.6%를 보전해준다. 상한액은 48만6000SEK(한화 약 6696만원)이고 하루 2492SEK(약 34만 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추가로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웨덴 육아휴직자의 소득대체율은 90%에 이른다.  스웨덴이 높은 육아휴직 사용률과 1:1에 가까운 성비를 달성한 이유 중 하나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가 높은 국가의 특징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80~100%에서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통상임금의 80%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하지만 상한액 설정에 있어 그 차이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이어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하는 소득 손실이 전체 가정 경제에 큰 타격으로 다가오는 저소득층 근로자일수록 자녀 돌봄에 대한 대안 마련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휴직급여 하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육아휴직이 활성화되어 있는 국가와 같이 일반회계의 부담 비율을 높여 근로자, 자영업자, 미취업자, 주부, 학생, 실제 아동의 양육을 전담하는 자를 지원 대상에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는 ‘3+3’부모육아휴직제‘를 ‘6+6 부모육아휴직제’로 확대·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육아휴직을 시작할 경우 첫 6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며 상한액도 기존 200~300만원에서 200~450만원으로 상향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에서 육아휴직 실 이용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약 0.096명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의 육아휴직 제도 개선안이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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