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KB금융 경영연구소
자료=KB금융 경영연구소

[이코리아] 한국 부자들이 주식과 금을 내년의 중장기 유망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회의 이후 확산하는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내년 코스피 상단이 3000선을 웃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19일 KB금융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은 향후 3년 동안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주식(44.0%), 주택(거주용 44.3%, 비거주용 32.3%), 금·보석(32.0%)을 꼽았다. 

전년 대비 주식과 금·보석 응답률은 각각 13%포인트(p)와 5.2%p 상승했다. 주택 중 거주용은 전년보다 4.8%p 증가했지만 비거주용은 10.7%p 줄었다. 빌딩·상가 응답률도 지난해 38.0%에서 25.0%로 13.0%p 감소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기간은 1~3년 미만(36.8%), 수익률은 연 24% 수준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14.8일에 불과한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길었으며, 해외 주식(41.8%)보다 국내 주식 투자(74.8%) 의향이 높았다. 

부자들이 예상하는 1년 이내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도 주식(47.8%),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비거주용 주택(31.0%) 순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거주용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 수는 45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전체 인구의 0.89%에 불과하지만 한국 전체 가계 총 금융자산의 59%(2747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이 각각 10억원 이상인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정량조사(개별 면접조사)와 정성조사(개별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게 변하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는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금·보석과 개별 종목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에서 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FOMC 회의 직후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내년 중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전망이 담겼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 회견에서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적절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장 중요한 논의대상”이라고 말했다. 

점도표와 파월의 발언을 놓고 시장에선 연준이 비둘기파 기조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증시에서 랠리가 이어졌다.

예상보다 빠른 연준의 스탠스 전환과 금리인하 발언 등은 내년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코스피 상단이 30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코스피의 상저하고·전약후강 패턴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내년 1분기 중반부터 급격한 가격조정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높은 지수 수준에서 분위기 반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측면에서 지지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물론, 목표치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며 “이를 반영해 내년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내년 2분기부터 상승 추세를 재개할 수 있고, 코스피 상단도 3000선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또 “내년 1분기 미국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경기 침체 우려가 유입될 수 있으며, 침체 가시화시 정부와 연준의 정책 대응이 강화되겠으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내 코스피가 2500선을 이탈할 경우, 연말연초 2600선 돌파를 고려한 단기 트레이딩 측면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 상향 조정과 외국인 수급이 여전히 견고한 반도체나 자동차, 인터넷 및 반등시 숏커버링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큰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한 단기매매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유망 업종에 대해서는 증권사 별로 이견 없이 반도체가 대부분 포함됐다. KB증권은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시하고 다시 찾아온 반도체 시간에 주목해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이번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과거 PC, 스마트 폰 등 B2C 중심의 업 사이클과 달리 AI 시장 확대와 B2C 수요 회복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과거와 다른 기울기의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63% 증가한 33조원, 2024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8조원으로 올해 적자 -8조원에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손익 개선 효과는 43조원(전년대비 삼성전자 27조원, SK하이닉스 16조원)으로 추정돼 반도체 업종이 내년 코스피 이익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순이익은 2023년 2조6000억원에서 2024년 34조4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2022년 이익레벨 복귀는 무리지만 이익 추정치가 늘어나고 있어 반도체 비중을 늘리기에 무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디스플레이, 유틸리티, 조선, 화학, 하드웨어, 헬스케어도 상승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시장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가하면 내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클리컬(경기민감주) 업종인 화학, 철강, 운송 등 제조업 개선을 점치는 의견도 많았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마무리가 임박하는 2024년은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비스 대비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내년 IT신산업군이 전체 수출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13대 주력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4년 13대 주력산업의 수출은 세계 경제의 제한적 성장 속에서도 2023년(전년비 -10.5%)보다 5.2%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ICT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 영향으로 IT신산업군이 반도체(15.9%), 정보통신기기(12.7%) 등의 주도로 전체 수출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보고서는 “종합적으로 볼 때,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등의 IT신산업군과 조선산업의 성장 호조가 예상된다”면서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기초소재 산업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나 자동차와 이차전지산업은 성장세가 둔화 또는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내수도 ICT 신제품 출시와 수출용 중간재 수요 증가 및 하반기 경제지표 개선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과 내수 회복에 따라 IT신산업군 및 소재산업군 중심의 생산 확대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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