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싱가포르호. 사진=뉴시스
HMM 싱가포르호.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를 품게 됐다. 초대형 국적 선사의 탄생이라는 기대와 함께 한편에선 무리한 자금 조달과 해운시장 침체기에 따라 당분간 인수 시너지를 얻기 힘들 거란 우려도 나온다.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18일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본입찰에서 하림그룹이 동원그룹보다 수백억 원 가량 높은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는 6조4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은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하림은 지난 2015년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합병해 경영하고 있는 부분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에 더해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품게 되면 초대형 국적 선사가 가능해진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현재 하림그룹의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27위이다. 여기에 HMM을 더하면 42조000억 원으로 CJ그룹을 앞서는 규모가 된다. 

하림그룹은 사료, 운송(해운), 축산,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2018년 7월 1일 구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한 이후 팬오션, 엔에스쇼핑, 하림, 선진, 팜스코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하림지주의 기업어음(엔에스쇼핑 연대보증) 신용등급을 A2로 부여하고, 정기평가를 통해 하림지주의 제 8회 무보증사채(엔에스쇼핑 연대보증)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응관 애널리스트는 “2015년 팬오션 인수 이후 그룹 전반의 외형이 확대되었고, 운송 및 유통부문을 비롯한 핵심 자회사들의 견조한 영업수익성에 힘입어 연결기준으로 양호한 영업실적을 시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오션에 대해 “2022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둔화 및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물수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다각화된 선종구성, 리스크 관리능력을 고려할 때 향후 시황 변동성에도 양호한 영업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곡물) 가격 변화 및 국내 축산 계열 수급현황, 벌크선 시황 변동 등에 따라 그룹 실적은 가변적이나, 장기계약에 기반한 해운부문의 이익창출력, 가금 및 양돈 부문의 생산성 향상과 시장 지위, 사료가격 정상화 노력 등을 토대로 양호한 실적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자체적으로 3조원 정도의 자금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앞서 지난 10월 16일에는 팬오션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5.8%) 전량을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1628억 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하는 등 다방면으로 자금 마련에 힘써 왔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에 달하는 인수자금은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과거 하림이 JKL파트너스와 함께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금을 동원할 거라고 보고 있다. 앞서 하림의 김홍석 대표이사는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고 발표했으며, 보유 중인 서울 양재돈 부동산을 유동화하거나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표명했다. 아직 전체 자금조달에 대한 세부 계획은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림은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도 자금력이 모자랐지만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인수 대금 상당 부분을 차입했다. 또 종속 기업을 매각하고 지주사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빚을 갚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HMM의 나머지 인수자금 마련도 팬오션 때처럼 대주단을 확보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꾸린 뒤,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과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확보했다. 

앞서 지난 인수 후보들과 대주단이 협의한 선순위 대출 금리는 8%대로, 업계에서는 인수기업이 3조원을 5년 만기로 빌릴 시 매달 대략 200억 원대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가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해운업 불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기 침체로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크게 줄며 선사들이 부진을 겪고 있기 이다. 지난 1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93.5로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초(5109.6)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HMM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3.3%에 달해 향후 실적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내년 해운업종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종의 업황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보수적 투자의견을 유지한 채, 업황의 반전 트리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컨테이너선 해운의 경우 해운사들의 적극적인 운항 축소가 업황 바닥의 시그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벌크선 해운의 경우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운항 축소, 또는 예상보다 큰 중국 경기 부양의 효과 등이 주가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2024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림그룹 자금 동원력과 함께 매각 주체인 산은과 공사가 가진 1조6800억 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도 향후 관건이다.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하림의 자금력 등에 대한 검증이 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1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매각 측과의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입찰가격 등 입찰 내용과 세부적인 협상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며 본계약이 확정되면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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