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코리아]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자 인구 ‘14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불공정 거래도 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관련해 개선 방안도 마련했지만 일각에서는 신상 공개 등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보다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주식 소유자(중복소유자 제외)는 약 1441만명(기관·법인소유자 포함)으로 전년대비 4.1% 증가했다. 투자자 수가 늘어난 만큼 거래하는 상장종목도 2013년 1965개에서 2022년 2692개로 1.4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늘어난 주식투자자 수만큼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안 불공정 거래도 크게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연평균 54.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공개정보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사건 중 전력자 비중은 2020년 28.5%, 2021년 21.2%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9월 합동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기관간 협업체계 대폭 강화 및 시장감시와 조사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과징금제도 시행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추가적인 조치·제재 수단 도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경우 이미 지난 5월 조사부서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70명에서 95명으로 인력을 늘린 바 있다. 

금융위는 또 후속 조치로 지난 13일 주식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최고 한도가 현행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오르고 익명신고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는 대표적인 지능형 범죄로 포착이 어렵고, 조사·수사 과정에서 혐의 입증도 까다로워 신고가 혐의 적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금융위는 포상금 최고 한도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입법례를 통해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반복되는 주가조작 사태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부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1일 발간한 이슈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국들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실명이 포함된 불공정거래 행위 제재 내용을 공개해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이런 해외 사례를 고려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부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며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행위에 수반되는 비용, 즉 제재 수준을 높임으로써 근절할 수 있다. 특히 불공정거래의 경우 재범률이 높아 재범방지를 위한 제재가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도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운영규칙상 의사록을 공개해야 하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적은 수의 의사록만 공개하며, 제재받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재 금융위는 운영규칙상 의사록을 공개해야 하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적은 수의 의사록만 공개하며, 제재 받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의 정보공개 제도는 어떨까. 

불공정거래의 정보공개 경우 미국 SEC는 행위제재에 관한 의결 내용과 행정법판사 명령을 전문 공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규제 당국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할 수 있도록 한다. 독일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의사록만 게재하는 독립적인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거래제한 규칙도 엄격하다. 

미국은 저가주와 관련된 부정행위시 모든 활동을 최대 무기한 금지한다. EU는 시장남용행위 시 규제 당국이 계좌 접근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은 시장조작시 직간접적 증권선문계약/레버리지 외환계약, 집합증권투자 거래를 최대 5년간 금지한다. 

보고서는 불공정거래 제재 방안으로 금융위 의사록 공개방식 개선과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고 금융거래 제한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수민·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제한제도 또한 EU, 캐나다, 홍콩 등 해외 주요국에서 도입돼 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불공정거래 전력자에게 10년간 주식 등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제한은 불공정거래 행위자로 하여금 시장 참여를 어렵게 해 재발을 막는 효과가 크지만, 일종의 원스트라이크아웃(One Strike out)으로 일회성 제재가 아닌 장기에 걸친 제재라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행사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위원들은 “이러한 재산권 침해의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거래제한 대상과 조치 예정자의 권익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시행령이나 고시가 아닌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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