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프랑스내 전기차 판매 동향.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내 기업의 프랑스내 전기차 판매 동향.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코리아] 프랑스 정부가 14일(현지시간) 2024년부터 적용될 이른바 '프랑스판 IRA(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불리는 새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국산차 중에서는 딱 1종만 보조금을 계속 받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리스트에서 일부 국내 전기차가 제외되자, 정부는 공식 이의 제기를 하기로 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녹색산업법(Loi Industrie Verte) 리스트가 공개됐는데, 국내 차종 중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EV)만 보조금을 계속 받는다. 

프랑스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총 22개 브랜드 78종으로, 벤츠와 폭스바겐, 볼보와 푸조 등 대부분 유럽산 전기차종이 포함됐다. 

프랑스 정부는 가격이 4만7000 유로(약 6600만 원)이하 전기차에 최대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녹색산업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적게 배출될수록 보조금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원자재를 쓰거나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생산할수록 보조금 책정에 불리한 방식으로, 미국의 IRA처럼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편 것이다. 

코나가 유일하게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건 체코에서 차량이 생산되기 때문에 운송 부문에서 점수가 깎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올해까지는 보조금을 받았던 기아의 니로 EV와 쏘울EV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는 점이 고려돼 이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산해 프랑스로 수출되는 니로EV는 지난해 약 4000대였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0대 자동차 시장인 프랑스의 전동화 추세는 추세가 빠르며 중요 시장 중 한 곳이다. 

앞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이 지난 7월 발표한 '심화되는 프랑스 전기차 판매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프랑스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AAA 데이터 기준 22만6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5월 각각 464대(코나), 481대(니로)를 판매해 13위, 1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현재 프랑스와 유럽지역의 전기차 판매 증가는 폭스바겐과 테슬라, 중국 MG의 모델에 집중됐다”며 “이들 기업을 제외한 다른 제조 기업들의 판매 증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MG 모두 올해 1월부터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선 곳이다. 보고서는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가격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곽미성 KOTRA 파리 무역관은 “EU의 친환경 정책과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은 계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라며 “프랑스 정부가 현재는 전기차 보조금을 금액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향후 EU 내 제조기업에 유리한 녹색산업법에 따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외 제조기업의 프랑스 시장 진입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전체 신차 중 절반 이상이 친환경차로 판매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신차 시장에서 HEV, PHEV,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52.5%로, 지난해 10월(47.6%)에 비해 4.9%포인트(p)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유럽 지역에서 판매된 니로EV와 쏘울EV는 3만5000여 대다. 3000여 대 정도가 프랑스에서 팔렸다.

유럽 시장 내 전체 신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대차·기아의 현지 점유율은 소폭 낮아졌다. 지난 10월 현대차는 작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4.2%, 기아는 0.2%p떨어진 4.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8.6%로, 1년 새 0.4%p 내려갔다. 

한편, 정부는 15일 국내 수출 전기차가 포함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프랑스에 공식 이의 제기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와 함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니로가 탄소배출량을 재산정 받을 수 있도록 공식 이의 제기를 진행할 예정”이며 “양국 간 고위급 협의를 통해 이의 제기 절차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글로벌 생산계획 및 판매 전략 조정 등을 통해 프랑스 시장을 지속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기아는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주요 세그먼트를 모두 전기차로 커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힐버트 기아 유럽 마케팅 총괄은 지난 6월 영국 자동차 잡지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기아차는 2025년부터 유럽 판매 씨드,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중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아가 유럽 현지의 기존 내연기관 공장의 일부를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프랑스판 IRA에 대응할 방침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6월에 전기차 생산 관련해 인터뷰한 내용은 이번 IRA 후속 조치가 아닌 유럽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인 점을 참고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산 차량 우대 정책이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는 전기차 업체가 140개 이상의 서비스 센터, 콜센터를 보유하도록 하는 등 외국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태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예고 없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중단했다. 

AFP 통신은 이날 독일 경제부가  전기차 구매자들이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상 초유의 '예산 대란'을 맞은 독일 연립정부가 대대적인 지출 축소를 결의하며 예산 계획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전기차 보조금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애석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가용 재원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2016년 이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통해 전기차 210만대에 100억 유로(약 14조1560억 원)를 지급해 왔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이번 조치 자체가 미국의 IRA처럼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에 보조금 지급 대상이 중소형 전기차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 EV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선두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이 당분간 더 심화될 전망인데다 EU가 CRMA를 통해 전기차 원자재의 유럽 내 생산 비율도 끌어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CRMA는 리튬 등 핵심원자재의 유럽 외 국가 수입 비중을 65%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11월 CRMA 시행의 최종 관문인 EU 이사회, 집행위, 유럽 의회의 3자 협상까지 타결됐다. 만약 CRMA의 시행으로 핵심 광물을 EU 내에서 가공하고 재활용해야 할 경우, 국내 업체의 타격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녹색산업법의 경우 배로 이동하는 물류 배출량은 물론 전기차 철판 탄소량도 서류에 기재해야 된다. 또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핵심원자재법 시행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나라에겐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계가 유럽시장의 정책에 대응하려면 결국 미국의 IRA 발효 때처럼 해당지역에 제조시설을 지어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져 일자리 문제며 노사관계가 큰 이슈가 될 텐데 심히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