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전체 회의에서 술탄 알자베르  의장(가운데)이 박수를 치는 모습. 사진=COP28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전체 회의에서 술탄 알자베르 의장(가운데)이 박수를 치는 모습. 사진=COP28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이 13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국내 언론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막해 13일간 진행된 이번 COP28에는 198개 당사국 및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 9만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를 비롯해 관계부처 및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파견에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참석했다.

◇ COP28 최종 합의문에 국내 언론 “산유국만 웃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COP28’,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검색하자 총회가 개막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총 760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랍에미리트’, ‘UAE’, ‘두바이’ 등을 제외하면 국내에 보도된 COP28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화석연료’였다. 이는 언론의 관심이 이번 총회에서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문구가 명시될 예정이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를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산유국과의 타협으로 마무리된 COP28 최종 합의문을 두고 국내 언론도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5일 기사에서 “최근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를 무기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며 “이번 총회에서도 100개 이상의 국가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강력한 표현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외신들은 이번 총회의 숨은 승자로 개최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를 꼽았다”라며 “COP28을 개최함으로써 기후변화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끈 명분을 얻은 동시에 석유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실리도 챙겼다는 것”이라고 해외 반응을 전했다. 

한겨레는 13일 사설에서 “100개국 이상이 합의문에 담기를 요구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산유국 반대로 끝내 반영되지 못하고,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는 표현에 머물렀다”라며 “기후변화는 속도를 더 빨리하는데 인류의 발걸음은 무거운 현실을 또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고 총회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일보 또한 14일 기사에서 “이번 합의의 의미가 작진 않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총회가 열린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기후당사국들이 ‘화석연료 탈피’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날 채택된 최종 합의문은 ‘퇴출’이 빠진 2차 초안보다는 진전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사실상 산유국들의 입김을 못 이긴 결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1~15일 보도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5일 보도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COP28은 ‘K원전’ 재도약 기회?

한편,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폈다. 

일부 언론은 이번 COP28을 K원전 부흥의 계기로 삼아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미국·프랑스·영국·UAE·스웨덴 등 22개국과 함께 원자력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3배 확대하는 내용의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NetZero Nuclear Initiative)’ 지지선언문을 채택했다. 

조선일보는 3일 해당 소식을 전하며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한계가 있는 나라에선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전이 꼽힌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펴며 이 같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K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했다”고 전·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대비시켰다..

매일경제 또한 4일 사설에서 정부의 원전 확대 선언에 대해 “K원전 수출의 지렛대가 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는 “각국이 원전 확대를 강조한 것은 탄소중립(넷제로)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원자력의 중요성을 거듭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원자력 역할이 절실해진 지금이야말로 K원전이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우려되는 점은 우리 내부에서 '원전 발목 잡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1831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야당의 탈원전 기조를 비판했다. 

중앙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한국의 기후 대응이 뒤처진 건 원전 폐기 정책으로 국가 에너지 전략이 오락가락한 탓이 크다”라며 “원전은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될 만큼 기후 대응에 필수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지나치게 높은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일(현지시간) UAE 두바이 Rove Expo 2020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일(현지시간) UAE 두바이 Rove Expo 2020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언론, 정부 원전 확대 방침에 “만병통치약 아니다” 비판

반면,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매체도 적지 않다. 경향신문은 14일 사설에서 “정부가 이번 총회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과 원자력 3배 확대 서약에 동시에 참여한 것도 문제”라며 “한 에너지원을 늘리면 다른 하나는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마련도 못하면서 원전을 더 늘리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한국의 대응은 이 부족한 합의문을 달성하기에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3일 사설에서 정부의 원전 확대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와도 배치될 수 있다”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인된 원전의 위험성뿐 아니라 막대한 건설 비용과 그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방사성 폐기물 대책 등 고려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유연한 전력공급이 필요한데, 원전은 출력을 수시로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며 “원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원전에 기대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등한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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