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돌입한 DGB금융지주가 고민에 빠졌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등 고려해야 할 요건이 늘어나면서 인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달 말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를 확정한 뒤 2월 초 숏리스트를 추릴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1순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다. 기존에 황 행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허인 KB금융지주 전 부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내부 출신인 황 행장에게 무게추고 기울고 있다는 것. 황 행장은 1998년 입행한 뒤 대구은행에서만 25년을 지내면서 경제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장,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DGB금융 차기 회장 인선 절차와 관련해 안팎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누가 DGB금융을 이끌게 될지 확신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은 은행지주사 및 은행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와 관련해 상시후보군을 선정·관리하는 한편, 승계절차를 조기 개시해 후보군에 대한 평가 및 검증 주체를 다양화할 것을 요청했다.

DGB금융은 이미 김태오 현 회장의 임기 만료 6개월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한 데다, 지난 2019년 CEO 후보자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모범관행에 담긴 요건들을 이미 대부분 갖춘 상태다. 

문제는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외부 후보자가)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사람들의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닌가 하는 형태로 선임절차가 진행되면 적절치 않다”라며 “DGB금융도 이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사외이사 후보군 물색 등 향후 절차에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GB금융은 모범관행 발표 이후 차기 CEO를 선임하는 첫 사례인 만큼, 금융당국 또한 모범관행에 제시된 원칙이 얼마나 적용됐는지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이 ‘들러리’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DGB금융도 유력 후보인 황 행장에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를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라는 것.

게다가 최근 검찰이 김태오 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한 것도 변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이종길)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국제뇌물방지법 및 특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82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황 행장은 김태오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비서실장을 맡으며 손발을 맞춰온 사이인 만큼, 김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허 전 부회장이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황 행장과 경쟁할만한 외부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올해 초 NH농협금융, 우리금융 등이 관 출신 인사를 CEO로 선임한 만큼,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당국과의 소통이 필요한 DGB금융도 관 출신 인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DGB금융은 ‘금융기관 20년 이상 근무’를 회장 후보 자격으로 내걸고 있어 관 출신 인사를 외부 후보로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8년 DGB금융지주 회장 숏리스트에 오른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이 외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대구 출신이라는 것 외에 DGB금융과 별다른 접점이 없다. 

이 때문에 DG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범관행 원칙 준수 여부를 검증하고 외부 후보군을 물색하기 위해 DGB금융이 시간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첫 적용 대상이 된 DGB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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