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일(현지시간) UAE 두바이 Rove Expo 2020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일(현지시간) UAE 두바이 Rove Expo 2020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제28차 유엔기후총회(COP28)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모두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모두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우리 정부가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하는 5개의 국제 서약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에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인 11테라와트(TW)까지 늘리고 에너지효율 개선 속도를 기존 연간 2%에서 4%로 향상하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서약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제서약에도 동참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프랑스·영국·UAE·스웨덴 등 22개국은 지난 2일 UAE 두바이에서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NetZero Nuclear Initiative)’ 지지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원자력발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용량을 3배 확대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모두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원전은 경제성이 높고 탄소 배출량은 적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히고 있지만, 인프라·공급망 관련 배출량과 핵폐기물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면 ‘청정에너지’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논란을 아직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2050년까지 원전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경우 국내 원전 설비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5기(설비용량 2만4650MW)로 2050년까지 이를 3배 확대하려면 매년 1.8GW급 원전을 1기 이상씩 늘려야 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이미 전 세계 평균(2021년)인 9.8%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협약대로라면 2050년에는 90%가량의 전기를 원전을 통해서 생산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를 굳이 3배나 확충할 이유도 없어진다. 

게다가 원전 확대에 따라 발생할 막대한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리시설이 없고 중·저준위 폐기물만 경주시에 있는 시설에서 처리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되고 있다. 이미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은 100%에 가깝지만, 국회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늘어나는 원전 시설에 맞춰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국내 원전에서 만들어낸 전기는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인지 독일은 원전 3배 확대를 선언한 22개국 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서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독일은 이미 지난 2023년 마지막으로 남은 원전 3기를 폐기하며 탈원전을 선언했고, 오는 2031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최종처리장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독일조차 부지 선정 등에 따르는 어려움 때문에 기한 내 처리시설을 완공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확대 계획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 원전과 달리, 재생에너지의 경우 우리나라가 관련 설비를 3배 확대한다고 해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1년 기준 8.2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 가운데 화석연료를 변환한 에너지를 포함한 신에너지를 제외하면 비중은 7%대로 낮아진다. 3배를 해도 세계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는 것. 실제 유럽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는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8.1%로 추산했는데, 이는 조사대상국 44개 평균(3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확정하면서 원전 비중은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겠다는 에너지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실제 10차 전기본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대비 원전 비중은 8.5%포인트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8.6%포인트 낮췄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 아래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서약에 동참했지만, 이 서약이 국내에서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꼴찌인데도 불구하고 확대 목표조차 하향하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나 비용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미 IPCC 6차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다”라며 우리 정부의 원전 확대 서약 동참에 대해 “이는 사실상 기후위기를 앞세워 핵발전이라는 위험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야만적인 계획이며 소수의 이익을 위해 거대한 전환을 거스르는 정치적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어 “COP28에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핵발전 3배 서약과 핵 로비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꼴찌, 에너지전환 꼴찌의 오명을 벗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이라며 “재생에너지 그린워싱을 그만하고,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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