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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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제유가가 하락세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2월물 선물은 2.79달러(3.7%) 하락한 배럴당 73.24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WTI) 원유 1월물 선물은 2.71달러(3.8%) 하락한 배럴당 68.61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11월 들어 완만히 둔화되는 물가 흐름을 재확인함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CPI는 전년 대비 3.1%로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동시에 지난 달 3.2%에서 둔화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주도하고 서비스가격 상승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전월대비로는 0.1% 상승하며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1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올라 예상치와 같았고, 10월 대비해선 0.1%포인트(p) 상승한 0.3% 올랐다. 

미국에서는 11월 CPI가 예상 밖으로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은 13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어게인 캐피털 LLC의 파트너인 존 킬드더프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금리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으며 석유 수요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 CPI 발표 외에 최근 들어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것도 유가 하락에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에너지 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하루 1320만 배럴의 생산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11월에 세운 이전 기록인 1300만 배럴을 능가하는 것이다. 

미국은 두 달 연속 기록적인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달성했는데, 이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석유 시추와 관련해 적극적 인·허가를 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알래스카 윌로 유전을 비롯해 17개의 대형 석유 시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세계 석유 공급량 추가와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근 감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 OPEC과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정례회의를 통해 내년도 감산 결정을 내렸지만 국제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케이플러의 분석가 매트 스미스는 “현재 석유 단지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여전히 압도적”이라면서 “수요 약세와 OPEC+의 공급 억제 협상이 시장 균형을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에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OPEC+는 2024년 1분기 하루 220만 배럴의 공급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비 OPEC 국가들의 생산량 증가가 내년에 초과 공급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총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ANZ 리서치 분석가들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오일 사업장의 성장세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다른 비OPEC 생산업체들의 이익은 예상외로 컸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원유의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재현·조준기 SK증권 연구원들은 “유가의 레벨대가 이제는 확실히 60달러 중후반~70달러 초반으로 잡혀진 듯하다. 그간 70~80달러 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예상했던 것은 수요 둔화와 발 맞춰서 공급 조절이 이루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인데, (이제) 이 그림이 어그러졌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공급측 유가 하락에도 무게를 두어야 하며, 한 마디로 지금의 유가 하락은 '좋은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근원 물가 상승률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으며, 유가가 근원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치려면 하락 폭이 상당히 커야 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강·조 연구원들은 “보통 유가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는 2015~2016년 같은 구조적이고 폭발적인 원유 생산 급증 케이스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요 급감 때문”이라며 “지금은 수요 둔화가 명확하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에 당분간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의 괴리는 꽤나 유효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시장 입장에서는 공급 측 유가 하락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서 “당사는 지속적으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운송, 화학(아직은 수요 단 걱정이 커지지는 않으니) 등이 그 수혜 섹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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