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앞으로 아파트의 층간소음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시공업체가 보완 시공을 해야 하며, 이행하지 않을 땐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기존 주택은 방음 보강 지원을 융자와 재정 보조를 병행하도록 전환하고, LH 공공주택의 경우, 바닥을 기존보다 4cm 더 두껍게 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건설사들은 정부 정책과 관련해 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공사비와 분양가 등에 반영이 될 지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층간소음과 관련해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후 확인제는 30가구 이상 신축 공동주택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가구의 층간소음이 제대로 차단되는지 정부 지정 기관에서 검사받도록 한 제도이다. 검사 결과가 기준(49dB)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공 업체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 배상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치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보완 시공을 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입주민들이 소송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건설사가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을 못 맞추면 아예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고강도 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지자체가 준공 승인을 하지 않으면 아파트 입주 절차는 전면 중단된다. 

아울러 지금은 건설사가 보완 시공과 손해 배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장기 입주 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완 시공을 손해배상으로 갈음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입주민들에게 손해 배상하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검사 결과는 전면 공개한다. 임차인과 장래 이 아파트를 살 사람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이다. 

또 지금은 전체 가구 중 2%를 표본으로 뽑아 층간소음을 검사하지만, 앞으로는 검사 표본을 5%로 늘리기로 했다. 

층간소음 점검 시기도 앞당긴다. 아파트를 다 지은 상태에서 층간소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재시공이 어려운 데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건설사는 보완 시공을 아예 못할 수도 있어서이다.

지자체별 품질점검단이 공사 중간 단계(준공 8∼15개월 전)에 샘플 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다. 이런 대책의 시행과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지난해 8월 4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사업부터 적용되기에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2024∼2025년 준공되는 아파트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후 확인제는 시행 이후 지금까지 건설 기간이 짧고 세대 수가 적은 도시형생활주택 2곳에서만 적용됐다. 2곳 모두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했다. 

또 층간소음 기준 미달 아파트의 보강시공 의무화와 준공 승인 불허를 위해선 주택법이 개정돼야 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제출과 논의는 내년 6월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신축 아파트 관리를 강화해도 여전히 구축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문제로 남는다.

앞서 정부는 기존 아파트에 대해선 소음 저감 매트 시공 비용을 최대 300만원까지 저리로 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는데, 자기 돈을 들여야 하는 탓에 지원 가구는 올해 21가구에 그쳤다. 

경실련이 지난 6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5대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증가했다. 

경실련이 최근 3년간(’20~’23)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민원 실태를 분석한 결과, ’23 시공능력 상위 100위 건설사 중에 13개를 제외한 87개사(87%)에서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측은 “이웃사이센터의 층간소음 민원 신청처리 현황에 따르면 전화상담에서 종료되는 경우가 전체의 72%였다. 이 경우의 종료는 행정상의 종료를 말하는 것으로 민원이 해결되거나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측정’까지 진행된 경우는 3.7%”라며 “지금과 같은 환경부와 국토부의 형식적인 층간소음 업무로는 살인을 부르는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2025년부터는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매트 설치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강화하면 가뜩이나 많이 오른 공사비가 더 뛰고,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 조치는 층간소음 기준을 새롭게 강화하는 게 아니라 현행 기준을 잘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이미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건설사라면 이에 따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앞으로는 건설사가 품질 관리를 허술하게 해 발생한 불편을 국민들께 전가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층간소음 차단 기술이 공동주택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설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 상승까지 이어지는 것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또 층간소음과 관련해 자체 기술개발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입주 지연에 따른 비용도 건설사 부담이다 보니 업계에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층간소음 대책 마련을 위해 국토부 및 시험 평가기관, 협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준공 승인 여부 이전에 보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성능 시험 기준과 성능 미달 시 대책 기준 마련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비용을 들이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라멘식(기둥식) 구조를 쓰면 효과가 좋은데, 대신 보 두께 만큼 건물의 전체 높이가 올라간다. 건축물의 높이 제한이 있는 지역이라면 1개 층을 날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도 있고, 대기업 건설사들 중심으로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월등한 효과를 내는 재료 및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 하고 있지만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엔 아직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필요한 비용들이 분양가에 현실 반영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내용의 골자는 '원칙의 준수 여부에 따른 페널티 부과'다. 달리 표현하면 '원칙준수를 강제하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건축물의 성능향상에 소요되는 관련 비용들이 분양가에 적절하게 반영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분양가 반영문제는 기 발표된 내용이고, 사업자 입장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손실을 줄여주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반영되어야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공공주택의 1등급 설계 전면시행의 경우 얼마가 되건 소요비용의 증가로 연결될 유인은 있다. 하지만 대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종전 대비 엄청난 가격 상승이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면서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올라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청약아파트들은 분양가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청약경쟁을 통해서 가져가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국 주택의 60%가 공동주택이고 이에 거주하는 인구가 상당한 현실에서 층간소음에 따른 민원이나 불만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공급단계에서 공급자가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노력과 성실 시공은 매우 중요한 이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충격음 차단 구조의 성능을 검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있는 만큼 준공후 층간 소음 품질에 대한 검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다만 바닥충격을 줄일수 있도록 바닥두께 보강과 차음재 이용 등으로 분양가 부담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주거편익과 거주자끼리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라 비용부담과 관련해 수분양자들이 용인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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