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30년 이상 국내 중소기업의 대표자 연령 분포.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업력 30년 이상 국내 중소기업의 대표자 연령 분포.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이코리아] 중소기업 대표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업 승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증여세 부담을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 금융사들도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업승계 증여세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10%)을 적용하는 과세구간을 현행 60억원 이하에서 120억원 이하로 올리고,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가업승계에 따르는 증여세 부담을 줄인 것은 중소기업계의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2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 대표자의 평균 연령은 2021년 기준 54.8세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표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3%에서 2021년 32%로 10년간 2.5배나 증가했다.

업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업력 30년 이상 중소기업의 대표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였으며, 70세 이상도 30.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 상당수가 경영권 승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56.2%는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나 기업매각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자칫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이 늦어질 경우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도 있다.

중소기업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가업승계 문제는 핵심적인 정책 과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 되면 일본 중소기업 중 60%는 70세 이상 대표자에 의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중소기업 대표자가 고령으로 은퇴할 때까지 경영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영업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25년까지 약 63만개의 중소기업이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650억 달러 및 650만개의 일자리에 해당한다. 

일본 전체 기업의 99.7%, 전체 일자리의 6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중소기업 승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일본 중소기업 기업승계 문제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중소기업청은 지난 2017년 사업승계 5년 계획을 수립하고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돕기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해왔다. 

일본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 계획에는 ▲금융전문가를 통한 기업 진단 및 교육 ▲사업승계 지원센터 설립 ▲사업승계펀드 ▲지원 대상 중소기업 정책 지원 ▲인수·합병(M&A)을 통한 등록면허세 및 부동산취득세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한, 후계자가 이미 정해진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 납입유예 비율을 100%로 확대하기도 했다.

민간 금융사들 또한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문제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난 2021년 개인 고객 약 2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사업승계와 관련된 재무적・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SBI신세이은행 또한 중소기업의 사업승계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도쿄해상 또한 기업승계 세미나를 주최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보험회사 중 도쿄해상은 기업승계 세미나를 주최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소기업 인수·합병 전문 중개사인 ‘Nihon M&A Center’와 파트너십을 통해 후계기업 매칭 서비스 제공하는 등 기업승계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 민간 금융사들이 제공 중인 가업승계 관련 금융서비스는 정부 정책을 보완하며 중소기업의 경영 지속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은 아직 중소기업 고령화에 대응한 승계 관련 사업모델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 역시 중소기업 승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나 주로 가업승계를 위한 세무 컨설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등 자금지원이나 관련 공공행정서비스 안내 제공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향후 중소기업 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승계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국내 금융회사는 지속경영 관점에서 지원을 다양화하고 비지니스 모델화한 일본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손 연구위원은 이어 “중소기업 사업승계 지원은 정보 및 자금 활용의 접근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지속경영을 돕는 상생경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라며 “보험업도 이를 보험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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