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앞으로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확인한 뒤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후 배당액을 확정하는 ‘깜깜이’ 배당절차가 개선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또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12월 결산 상장사 2267개사 중 636개사가 정관 정비를 통한 배당절차 개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은 상장기업들이 대부분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이듬해 봄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액을 확정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도 모른 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 뒤 이뤄지는 배당결정도 그대로 수용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배당절차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다수의 국가에서는 투자자들이 배당기준일(배당금을 받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마지막 날짜) 전에 배당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상장사가 배당액을 먼저 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확정해야 하며, 영국은 배당기준일 전 배당예상액을 공시해야 한다. 주총일 배당을 실시하는 독일 또한 주총 전 배당예상액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처럼 투자자가 배당금도 모른 채 투자하도록 하는 ‘깜깜이’ 배당은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받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절차가 불투명한 한국증시에 자금을 투입하기가 꺼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제와 국제정합성’ 보고서에서 “국제 관행은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배당기준일이 나중에 결정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배당기준일이 먼저 결정되고 배당금은 나중에 결정되는 구조”라며 “이러한 구조가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나라 시장에 배당투자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수 있다”고 말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2023 힘내라 우리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 세미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고 규제의 불예측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며 “배당 지급 관행을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배당기준일을 나중에 결정하는 국제적 관행과 일치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개선안에 따라 다수의 상장사가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배당 규모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배당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수정된 만큼 배당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늘어난다면, 그동안 국내 증시에 달려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 기업의 배당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개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19.14%로 미국 37.2%, 영국 48.23%, 독일 41.14%, 프랑스 39.17%, 일본 27.7%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해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52%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25개국 중 인도(1.19%), 터키(1.2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낮은 배당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배당 목적의 투자보다 단기적인 매각 차익 실현에 나서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직 모든 상장사가 배당절차 개선에 참여한 상태도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2267개 중 28.1%에 해당하는 636개사가 배당절차 개선을 위해 정관 정비를 완료한 상태다. 이들 상장사는 개정된 정관에 따라 주총에서 배당액을 정한 뒤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게 된다. 

반면, 나머지 71.9%는 기존 관행대로 배당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금감원은 자발적으로 정관 정비를 통해 배당절차를 개선한 상장사에 대해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인센티브를 부여해 배당절차 개선을 독려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오는 11일부터 각 협회별 홈페이지에 상장회사의 배당기준일 안내 페이지를 마련해,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배당기준일, 배당결정일, 배당종류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거래소 전자공시 웹페이지에 배당기준일 안내 페이지 바로가기 링크도 생성되 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이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향후 분기배당 절차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분기배당 개선사항도 표준정관에 반영하여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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