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재개 발표 이후 면세점 관련주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8월 10일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재개 발표 이후 면세점 관련주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회복세는 좀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로 분류됐던 면세점 관련주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면세점 관련주로 꼽히는 호텔신라는 4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300원(△0.46%) 하락한 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중국 문화여유부가 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지난 8월 10일 종가(8만6800원) 대비 25.1%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면세점 관련주로 분류되는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6만5200원에서 5만1400원으로 21.2% 하락했으며, 신세계 또한 21만1000원에서 17만3600원으로 17.7% 하락했다. 세 종목 하락률의 단순 평균은 21.3%로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3.4%)의 6배가 넘는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면세점 관련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단체관광 재개 이후에도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4만9483명으로 전월(26만3940명) 대비 1만4457명(△5.5%) 감소했다. 단체관광 재개로 8월 15.5%(전월비)나 늘어났던 방한 중국인 수는 9월 1.6%로 회복세가 둔화하더니 10월 들어서는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는 ‘사드 보복’으로 인해 단체관광이 금지됐던 시기와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월 평균 14.4만명으로, 사드로 인해 단체관광이 금지된 지난 2017~2019년 평균(41.6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 회복세는 다른 국가 관광객과 비교해도 더딘 수준이다. 9월 기준 미국·일본·대만·베트남 등 방한 상위 4개국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이전(2019년 9월) 대비 84.1~106.7%까지 회복한 반면, 중국은 48.8%로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방한 관광객 상위 5개국 회복률.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방한 관광객 상위 5개국 회복률.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유커 유입 회복이 지연되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 매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는 68만920명으로 전월 대비 6.7% 늘어났지만, 매출은 1조937억원으로 같은 기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약 6600억원(△37.6%)이나 감소한 것이다. 

단체관광 재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중국의 심각한 경기침체가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인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보복여행 수요가 해외 대신 국내로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인의 중화권(홍콩·마카오·대만) 제외 해외국가로의 출국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 40.9%로 2019년 3분기(61.3%) 대비 크게 둔화한 반면, 철도를 이용한 국내 여객 운송은 전년 동기 대비 95.8%나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는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점차 증가하면서 면세점업계 매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에도 불구하고 상품 가격 조율 및 여행사 인력 충원 등으로 유커 입국까지는 시간이 소요됐다”라며 “항공편 확대 및 중국 내 비자 발급센터 확대로 병목현상이 해소되면서 2024년 중 2019년 수준의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중국인 관광객의 특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중국인의 단체여행 비율은 2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23년 3분기에는 13.8%까지 하락했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단체여행 재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이하 방한 중국인 비율은 올해 기준 40.6%로 지난 2015~2019년보다 약 5%포인트 증가했다. 30세 이하 방한 중국인의 평균 여행 지출 경비는 2019년 기준 331달러로 다른 연령층 평균인 346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커가 젊어질수록, 예전만큼의 관광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游客;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散客; 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관광 활성화 대책이 기존의 면세 쇼핑, 카지노 및 크루즈 등 단체관광 중심이었다면, 개별여행자의 다변화된 여행 수요에 맞게 세부적, 미시적인 관점에서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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