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2월 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  배터리 3사, 소재 기업, 협회 및 관련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2월 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  배터리 3사, 소재 기업, 협회 및 관련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코리아]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 법인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 정부가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인데, 한국을 비롯해 현재 배터리 공급망을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세계 배터리 업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해외 업체 합작 투자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IRA상 해외우려기업(FEOC)의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이날 미국 에너지부는 FEOC를 규정하면서 인프라법을 원용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소재하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중국에서 핵심광물을 채굴, 가공만 해도 FEOC에 해당된다. 

미 정부는 대신 중국 밖에 설립되는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회사는 중국 기업의 지분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이 합작회사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할 경우 합작회사를 '소유·통제·지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과 합작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반도체법 기준과 동일하다. 미 재무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 규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IRA 원산지 요건을 우회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배터리 업계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과 합작회사도 '25%' 규정을 준수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에서는 중국 CATL이 미국 포드 자동차와 미국에 합작 배터리공장을 추진해 IRA를 우회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배터리·소재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최근 한중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했다. 

LG화학·포스코·에코프로 등 국내 업체들은 화유코발트·CNGR·거린메이(GEM) 등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과 수천억~수조 원 규모의 합작 투자를 통해 국내에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주로 51대 49로 추진하던 상황에서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선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줄여야 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지난 1일 FEOC 관련 배터리3사 등 민·관 합동 대응회의를 통해 공급망 긴급 점검 및 공급선 다변화 등을 지원하며, 향후 미 정부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대한상의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S 등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의에는 배터리 3사 외에 소재 기업, 협회, 광해광업공단 등이 참석했다. 

장 차관은 "정부는 지난해 출범한 '민관 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핵심 광물별로 현재의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고 기업의 공급선 다변화와 광물 확보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광물을 적게 사용하는 배터리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는 흑연 등의 배터리 핵심 광물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현재의 공급망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1172억 원 규모의 기술 개발 과제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4∼2028년 민관 합동으로 흑연을 쓰지 않는 리튬 메탈 배터리 등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장 차관은 또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의 공급망을 자립화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미국 측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 고위급 면담 등을 통해 미국 측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배터리 업계 기업들은 FEOC 규정이 지난 3월 발표된 미국 반도체법 규정과 유사한 구조로 나왔다고 보고, 당초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IRA 규정이 반도체법보다 상세히 기술돼 면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일단 규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빠른 시간 내 핵심 광물별로 대응 전략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우리 기업들은 미국 완성차 기업과의 중·장기 계약을 통해 향후 미국 내 배터리 셀 생산량의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배터리 품질과 기술력도 앞서있는 만큼 이번 규정으로 우리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선 대체과정에서 일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번을 공급망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경우 오히려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FEOC 발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려국가(중국)의 실질적 통제 권한에 대한 포괄적/광의적 해석이 가능해 중국 기업들에 대한 임의적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2차전지 업종에 끼칠 영향은 △엄격한 FEOC 요건 적용으로 단기적으로 세액공제 적용차량 축소, △장기적으로 중국자본의 시장 침투 제한으로 북미 내 K배터리 M/S 유지 혹은 확대, △FEOC 관련 불확실성 해소로 비규제 대상 기업들의 투자 재개 및 가속화, △국내 한국-중국 합작투자 법인들은 일부 지배구조 변경 필요로 요약된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4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내년 말 미 대선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지만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좋다. 물론 25% 규정 준수를 위해 적게는 1200억 원에서 수천억 원 상당 기업에게 부담이 되지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작 시 중국 업체들로부터 지분 인수를 할 수 있게 단서 조항을 넣은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계약 당시 이미 FEOC의 발표가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유연성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FEOC 발표 전부터 업계에선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하이니켈, 망간 대신 실리콘 등 소재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국내 공급망 자립화 및 배터리 대체 소재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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