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제박람회기구(BIE)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국제박람회기구(BIE)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부산이 2030년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다수의 매체가 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이유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가운데,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165개 회원국 중 29표를 획득해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격차로 뒤졌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획득한 리야드는 결선 투표 없이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 엑스포 유치 실패 보도, 기사 속 핵심 키워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엑스포를 검색하자,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1787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625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엑스포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부산’이었으며, ‘BIE’(국제박람회기구),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이 뒤를 이었다. 

인물 중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라며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 국토의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이러한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보도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보도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오일머니’ 때문? 언론 진단 엇갈려...

‘오일머니’도 엑스포 관련 기사에 자주 거론된 연관키워드였다. 이는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 물량 공세”를 통해 저개발국에 금전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금전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말해 논란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오일머니’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김 교수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매체는 “부산이 오일머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금전적 지원 약속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29일 기사에서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엑스포 유치에 뛰어든 부산이 예상보다 분전했지만,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물량 공세에는 당하지 못했다”라며 “사우디는 특히 ‘캐스팅 보트’로 분류된 아프리카 49개 회원국 전부와 정상회담을 열었을 정도로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 25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이어 “(투표 전 마지막 PT에서) 사우디는 1개 국가당 1개 국가관, 최소 500㎡ 규모의 국가관 제공을 약속했다. 이 ‘국가관 제공 패키지’를 통해 약 3억4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라며 “PT 연사로 사우디 왕가 왕자와 공주가 총출동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조하며 위력을 떨쳤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일머니를 유치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29일 기사에서 캐스팅보트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부채위기와 관련해 사우디가 5억 달러가 넘는 지원을 약속한 반면, 한국은 기술 전수 등의 지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우디는 2020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시절에도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채무탕감과 이자지불 유예를 주장했다. 기술이나 현물 지원을 넘어서 국제사회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이라며 “사우디의 전략은 최근 극심해진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유효했다고 평가된다”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한국은 뒤늦게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며 저개발국과 접점을 늘렸지만 기후·보건위기 등에서도 ‘금전적·기술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부채탕감 등이 대상국의 관심사이지만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 입장차가 첨예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발언을 회피해 왔다”라고 한국의 접근방식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언론, “정부의 섣부른 낙관이 가장 큰 패인” 비판

언론은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부산이 상당한 표 차이로 패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유치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라며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사우디의 ‘오일머니’ 물량 공세를 탓하거나 뒤늦게 유치전에 나선 전(前)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라며 “일선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판세’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도 상부에 차마 그대로 보고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소통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또한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을 질타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점은 정부가 왜 그렇게 낙관론으로 일관했느냐 하는 점”이라며 “외교 정보력이 문제인지, 행정부 분석이 문제인지 따지지 않는다면, 외교 영역에서 이런 식의 오산이 계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을 일대일로 접촉하며 실리외교를 펼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진영 논리식 접근으로 안이하게 사태를 판단해 실체 파악에 실패했고, 끝까지 잘못된 정보를 붙들고 있었다”라며 “외교에서 이념 위주의 진영 논리가 얼마나 무익하고 위험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엑스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엑스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엑스포 유치 도전은 소중한 자산, 재도전 준비해야...

반면, 이번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도 3번에 걸친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라며 “이번 유치 경쟁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다음번인 2035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우리 외교는 미·중·일 등 강대국에 집중됐다. 이번에 정부와 기업이 BIE 182국을 다 찾아다녔다. 아프리카 곳곳, 태평양 도서 국가까지 찾아가 해당 국가가 안고 있는 고민과 과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기로 약속했다”라며 “유치전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면 대한민국의 시야와 위상이 한층 넓고 높아지면서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살리고, 시민 열기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라며 “충분히 나올 만한 제안이고, 향후 반드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산일보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치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당초 박빙이라던 예상이 왜 이렇게 터무니없이 어긋났는지 유치 전략과 방식, 정보력 등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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