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액 지수 추이. 자료=통계청
소매판매액 지수 추이. 자료=통계청

[이코리아] 1분기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민간소비가 주춤하면서 내년 경제회복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계에 내몰린 취약 차주의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02로 전월 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9월 전월 대비 0.1% 상승하며 2개월간의 하락세를 끝내고 반등하는 듯 보였으나, 10월 다시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3%로 집계됐는데, 이는 오락·문화·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0.6% 증가한 민간소비의 역할이 컸다. 실제 순수출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린 반면, 민간소비는 0.3%포인트 끌어올리며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전환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소비지표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림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6% 증가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의류 및 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며 0.1%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1.1% 상승했던 소매판매액지수는 2분기 0.3%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분기(잠정치) 하락률은 2.6%로 점차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추세다. 

최근 소비 부진이 심화한 이유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부담이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9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체율이 분기 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실제 9월 가계대출 연체율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16%포인트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 수년간 꾸준히 내림세를 유지했던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 전환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에 긴축기조로 돌아서면서 금리가 급등하자 그 영향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함께 오른 것.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부담은 가계소비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가구당 평균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42.4%, 24.2% 증가했다. 고물가에 늘어난 이자부담까지 겹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구의 연간 소비는 평균 0.3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부채-저소득 가구와 고부채-비(非)자가 가구의 소비는 각각 0.47%, 0.42% 감소해, 상대적으로 소비 둔화 폭이 더 컸다. 

문제는 고금리에 따른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고금리에 따른 한계차주의 소비 부진 정도와 지속성’ 보고서에서 “2022년 중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2023년 중 가계대출 금리에 반영됨에 따라 이자상환부담을 크게 느끼는 한계차주가 증가했을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고금리 기조로 인해 한계차주가 겪는 소비 부진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30일 이상 연체 경험이 있는 차주의 소비 경로를 분석했는데, 연체가 발생하고 해소된 직후 1분기 중 소비 수준은 평균 대비 26% 낮게 나타났다. 또한 4분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평균 대비 18% 낮은 수준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일단 연체에 진입하게 되면 연체 해소 이후에도 장기간 소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연체를 경험할 정도로 이자상환부담이 극심하게 가중된 차주의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은 1년 이상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민간소비 회복을 위해 한계차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 부진 또한 내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김 연구위원은 “이자상환부담의 급격한 가중에 따른 한계차주로의 진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차주 단위에서의 부채 수준 조정 및 미래 소득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라며 “향후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욱 심화될 경우, 한계차주 중 상환능력이 한시적으로 떨어진 차주에 한해 원리금의 일부 상환유예 등을 통해 부실을 막고 소비여건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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