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에 실패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90표 차이로 크게 뒤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하는 것을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2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확정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 중 165개국이 개최지 선정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119표를 끌어 모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개최지로 선정됐고, 부산은 29표를 획득하며 2위에 그쳤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가 없을 경우 상위 2개국으로 2차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리야드가 72.12%의 득표율을 기록해 2차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투표 직전 이루어진 최종 프리젠테이션(PT)에서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하여 박형준 부산시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최종 PT를 통해 국민의 강렬한 유치 열망, 개최 도시 부산의 매력, 역대 최대․최다국 개도국 지원 계획 등을 강조했으며, 비즈니스 기회, 부산이니셔티브 등 부산엑스포를 통한 협력 기회에 대해 역설했다. 

한 총리는 “민관이 하나되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였으나 기대하고 염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부산 시민들께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면서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실행해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과 경제를 받치는 국가자산으로 계속 관리․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투표 결과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것은 가슴 아프지만, 과거에도 주요 국제 대회와 행사는 여러 차례 재도전 끝에 성사된 경우가 많고, 장기적으로 보면 그러한 시도과정 자체가 외교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했다.

부산시는 비록 투표 결과는 아쉬웠지만,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다시 한 번 나설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했다.

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등록엑스포(Registered Exposition), 인정엑스포(Recognized Exposition)로 나뉜다. 지난 1993년, 2012년 개최된 바 있는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로, 등록엑스포 사이 기간에 한 번씩 열리는 중규모 전문박람회를 의미한다.

등록엑스포는 5년마다 최대 180일간 개최되며,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등록엑스포를 월드엑스포 또는 세계박람회라고 한다.

월드엑스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비해 월등히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관람객은 300만 명, 생산유발효과는 11조 5000억 원이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관람객은 138만 명, 생산유발효과는 20조 5000억 원이었다. 엑스포는 개최 기간이 긴 만큼 기대되는 경제효과가 약 6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앞서 열린 행사들과 비교해도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능하다. 

부산엑스포 유치 시 61조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와 50만 명 고용 창출이 예상됐는데,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전에 10조 넘게 쏟아 부은 것도 이 같은 경제효과 때문이다. 

이번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는 '사우디 비전 2030'에 탄력을 받고, 사우디의 보수적 이미지 탈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박람회는 아시아 지역에서 그간 2번 열렸다. 일본의 오사카와 중국의 상하이가 각각 1970년 오사카 박람회, 2010년 상하이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는데, 오사카의 경우 오는 2025년 다시 한 번 월드엑스포를 개최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1970년 오사카엑스포를 개최했었던 일본은 민관의 체계적 역할 분담을 통해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일본 중앙정부는 외교루트를 통한 유치교섭 활동을 맡고, 지방정부는 유치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했고 유치활동 과정에서 주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는 외무성 장관이 태스크포스(T/F) 위원장으로 주 파리 일본대사관에 T/F를 차렸다. 경제산업성 장관은 2025 일본엑스포 본부의 위원장으로 산하에 사무국을 뒀다. 2025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의 조직위원장은 경단련 회장이, 부위원장은 오사카부 지사와 오사카경단련회장이 각각 맡았다. 위원으로는 기업인, 지방정부, 관련단체, 개인 등으로 구성돼 민간기업과 지방정부가 합심했다. 

보고서는 “민간 경제계와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경단련 등 민간이 주도하는 엑스포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오사카가 55년 만에 다시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와의 표차를 줄이진 못했지만, 성과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국제 컨설팅 전문기관인 영국의 지옌사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SCI)에서 부산시는 세계 77개 주요 도시 가운데 19위,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다. 

최근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뽑은 '2023 인기 급부상 여행지상' 톱 2개 도시에 선정됐고, 내셔널지오그래픽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와 체험장소'에도 도시 단위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부산이 꼽혔다. 또 부산시의 자매·우호도시도 37개에서 49개로 늘었다. 

2030 엑스포 유치는 불발됐지만 재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12대 그룹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년 6개월간 총 175개국 고위급 인사 3000여 명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개최된 회의는 1645회로 집계됐고, 이중 절반은 기업 총수나 CEO가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박람회기구, BIE 회원국 182개국 가운데 교류가 많지 않았던 국가들과도 소통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에만 편중됐던 우리 기업들의 시야를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넓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2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그간 홍보 및 노력한 과정은 대단했다”면서도 “세계박람회 성격상 정치적 이해관계나 상대 경쟁국의 자금력과 같은 요소는 국가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박람회 역시 그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재도전에 있어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질에 집중하면 된다”면서 “세계박람회 같은 메가이벤트의 경우 재도전해서 개최국으로 선정된 케이스가 많다. 부산시가 다시 엑스포 유치에 전략적으로 시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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