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이코리아]  최근 선가 상승과 LNG 운반선 수주 싹쓸이로 국내 조선사들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국제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선에 대한 부정적인 우려도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이 순항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3대 조선사인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전 세계 발주된 LNG운반선의 79%(252척)를 건조 중이다. 조선업계에서는 LNG운반선 수주를 조선업의 호재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탄소중립(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한 브릿지 연료 역할을 하고 있는 LNG의 중요성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실제로 LNG시장은 지난 10년 새 빠르게 확장돼 왔다. 전 세계 LNG 운반선 규모는 지난 2014년 325척에서 2023년 970척(건조중인 320척 포함)으로 약 300%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망 문제와 카타르의 LNG 선박 신환 프로그램으로 165척의 전례 없는 선박 발주가 이뤄졌고, 26일 기준 조선소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현재 운영 중인 LNG운반선(672척)의 절반에 해당하는 337척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NG운반선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공급 과잉 및 화석연료 의존과 같은 큰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LNG 운반선: 가스 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를 내고, 공적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난 10년간 좌초자산 전락 위험이 있는 LNG 운반선에 652건, 총 52조2000억 원(약 441억 달러)의 금융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LNG운반선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은 한국산업은행(KDB), 한국수출입은행(KEXIM),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이었다. 

지원 금액 순으로 보면 수출입은행(31조8000억 원, 268억 달러)이 가장 많았고, 한국산업은행(12조8000억 원, 106억 달러), 무역보험공사(6조9000억 원, 60억 달러), 한국자산관리공사(2000억 원, 1억4000만 달러), 한국해양진흥공사(6000억 원, 5억 달러) 그 뒤를 이었다.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LNG 선박 발주량은 공급 과잉의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소의 기록적인 LNG운반선 수주 뒤에 국내 공적금융의 대규모 금융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2013년~2023년) 간 LNG운반선에 투자된 금융지원 대상(조선소, 선주사)과 금융 상품 유형(대출, 보증)에 따라 금융 지원 상품 유형(▲조선소 금융(조선소, 대출) ▲조선소 금융지원(조선소, 보증) ▲선박 금융(선주사, 대출) ▲선박 금융지원(선주사, 보증))을 분석한 결과, 기관들의 금융지원 총액은 매해 2~6조원 사이를 오가며 평이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22년은 국내 조선소의 LNG운반선 수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공적금융의 지원 규모도 약 15조1000억 원(118억 달러)로 폭증했다. 

그 중에서도 ‘조선소 금융지원’의 액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해당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한 금융 상품인 ‘선수금 환급보증’ 규모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선박 건조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선주사에게 대신 갚아주는 보증으로, 선박 수주 계약에서 선박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해운 산업 특성 상 투자 위험 완화를 위한 선주사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제공된다. 2022년 조선소 금융지원액 총 규모는 9조7000억 원(약 76억 달러)으로 2021년 대비 3배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LNG 운반선 발주 물량의 수주 과정에서 공적 금융이 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보고서는 "금융 측면에서 공적 금융기관이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의 공적금융이 LNG운반선에 막대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동아시아 3국의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압력이 커짐에 따라 한국의 LNG선 금융 지원에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1년 영국, EU, 미국, 캐나다 등을 포함한 39개국 공적금융기관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는 ‘글래스고 선언’에 서명하고 재생에너지 금융의 전환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LNG추진선이 시운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증발가스는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도 온실효과가 강력하다.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연구원은 “올해 전례 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의 확장 중단의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LNG 산업은 석탄 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막대한 평판 위험과 좌초 위험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NG 운반선은 LNG 밸류체인 확장을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LNG선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는 선주사, 금융 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더딘 상황에서 LNG선의 수요 정점이 시장의 예측보다 더 늦춰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점점 지연되고 있으며, 간헐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LNG의 수요 정점이 2030년이 아니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LNG 생산 프로젝트 규모 또한 기존 예상치 대비 확대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2년과 '23년은 비이상적으로 LNG운반선 발주가 많았던 시기였다.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됐던 ‘11년부터 ‘23년까지의 연평균 글로벌 LNG운반선(LNGC) 발주 척수는 약 54척"이라면서 "향후 LNG 생산 프로젝트들을 기반으로 당사가 추정한 ‘27년까지의 글로벌 LNGC 발주는 73척이다. ‘22년과 ‘23년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닌 평균으로 본다면 피크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조선-친환경을 말할 때' 보고서를 통해 "2024은 실적 회복이 본격화되며, 수요의 절벽이 아니라면 잔고를 확보한 조선사들의 선가 협상력은 유지 가능하다. LNG운반선은 조선사의 도크 슬롯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은 친환경 선박시장 관련 이슈가 많아진다. 2023년부터 도입된 CII(탄소집약도지수, Carbon Intensity Index) 규제와 2024년 등급 발표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본다"며 "이외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자금을 통한 다양한 친환경 투자, HD현대 그룹의 선박 친환경 사업의 첨병인 HD현대 글로벌서비스의 상장도 해양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해양 모빌리티에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도 고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발표한 'K-조선 차세대 선도 전략'을 통해 미래 초격차 기술 선점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2000억 원을 집중 투입해 3대 탈탄소 핵신 연료(LNG, 암모니아, 수소)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LNG의 경우 2030년 점유율 1위 및 기자재 국산화율 9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첨단 해양모빌리티 육성전략’을 통해 화석연료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 위해 보조금, 취득세 감면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제공하는 한편, 국가 주도의 친환경 선박 기술 연구개발 추진과 함께 미래연료 공급망·기반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화석연료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 위해 외항은 심사결과에 따라 선가의 7~10%, 내항은 건조가격에 따라 선가의 10~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대출 금리우대, 취득세 감면, 설비 설치비 등을 지원한다. 

또 당면한 LNG선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LNG연료추진선박 건조 중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국책과제에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한국가스안전공사,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동화뉴텍, 알에이치테크가 참여한다. 

참여 회사와 기관은 2026년까지 선박 건조 중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해 LNG추진선의 시운전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회수해 조선소의 도시가스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실증 후 적용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국책과제를 통해 현재 국제사회의 직접적인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항목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며, "그간 쌓아온 LNG 관련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탄소 감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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