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뱅크트랙의 포스코 '은밀한 거래'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뱅크트랙의 포스코 '은밀한 거래'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글로벌 민간금융분석 단체가 포스코의 탈석탄 정책을 비롯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포스코의 기업 주가에 기후 리스크가 반영되면 포스코 그룹에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민간 금융 분석 단체 뱅크트랙(BankTrack)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뱅크트랙은 기후와 인권 측면 문제 기업의 사업과 그 사업에 대한 은행의 지원 내역을 분석하는 ‘은밀한 거래’(Dodgy Deals) 사이트를 운영한다. 화석연료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 다국적 곡물 기업 카길(Cargill) 등이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내역에 의하면 포스코는 철강의 기후 대응 및 인권 및 환경 경영에서 적절한 대응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금융 조달 측면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7년에 설립된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은 현재 45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철강사이다. 주요 사업은 철강 생산이며 2004년부터는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여러 자회사를 통해 석탄화력, LNG, 팜유 등의 에너지 및 농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은 (2030년까지 10% 감축, 2040년까지 50%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천하는 것이다. 

뱅크트랙이 2016년부터 현재까지 포스코와 포스코 홀딩스(포스코의 모회사)에 대출과 채권 등을 제공한 세계 금융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20곳을 분석한 결과, 9곳이 거래하는 철강 회사 대상 구체적인 철강 탈탄소 목표를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기에 더해 내년까지 3곳이 추가로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철강 탈탄소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마련해야 포스코가 앞으로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임을 뜻한다.

분석 대상이 된 세계 은행들의 철강 탈탄소화 목표는 2050년까지 대출 포트폴리오를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는 은행들의 자발적 약속인 '넷 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et Zero Banking Alliance)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 참여하는 은행들은 자신의 금융을 제공받는 철강 기업의 경우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5%가량 감축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의 최대 금융 제공사인 HSBC 경우 2030년까지 생산 철강 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2%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뱅크트랙의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이후 포스코의 부채 가운데 93%가 대출이 아닌 채권에서 발생했으며, 포스코의 금융기관은 대부분 한국, 유럽 및 미국의 은행이다. 또한 일본과 중국 금융기관의 지원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온실가스 다배출 설비인 석탄 기반 고로(선철을 만드는 용광로) 2기를 총 8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개수하는 데 착수했다. 

앞서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6일 포스코에 공개 서한을 보내 "이미 시작된 포항 제4고로 개수에 대한 탄소 감축 대안 마련과 함께 차기 계획되어 있는 광양 제2고로를 저탄소 설비로 전환하고 명확한 배출 저감 계획을 공개하라"고 했다. 두 곳의 고로 탄소 배출량을 합하면 1760만톤 규모로 하동 석탄화력발전소와 맞먹는 양이라는 것이다.

이런 석탄 고로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솔루션과 핀란드의 대기 환경 연구단체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2021년 포스코의 석탄 고로 기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 대기 오염이 약 506명의 조기 사망, 150명의 천식 환자 및 60건의 조산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0월 2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철강 산업의 전체 수급 안정화 측면에서 고로는 정기적으로 개수가 필요하다. 현재의 고로는 보수를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황으로, 지금 기준에선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PT Bio Inti Agrindo’(PT BIA)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3만4천여 헥타르의 팜유 플렌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면서 원주민의 자유롭고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동의(FPIC) 없이 사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 for Myanmar) 등에 의하면 포스코는 억압적인 미얀마 군사 정부의 가장 큰 수입원인 현지 가스전에 대해 공동 사업도 벌이고 있다. 

뱅크트랙의 줄리아 후브니어 연구원은 "포스코가 현재 석탄 기반 철강을 생산하거나 인도네시아의 삼림을 파괴하는 것은 미래 기후 완화와 커뮤니티 재건의 비용을 급격하게 올리는 행위이다. 투자자들은 포스코 홀딩스와 그 자회사에게 인권을 존중하고 신뢰할만한 전환 계획을 세우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포스코가 이런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금융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를 상대로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 기후단체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청년 주주들은 한국의 온실가스 다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에 탈탄소 경영을 요구하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하고 있다. 기업 주가에 기후 리스크가 반영되면 포스코 그룹에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 그룹은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부합하도록 자사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뱅크트랙은 "이번 발표를 통해 포스코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포스코가 인권을 존중하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환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음 사항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뱅크트랙 측은 △현재 개수 진행 중인 포항 제4고로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 공시 △포스코홀딩스의 금융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광양 제2고로 개수 계획을 취소하고 새로운 저탄소 시설로 교체하는 한편 명확한 배출량 감축 계획을 공개하도록 압력 행사 △포스코홀딩스가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국내외 모든 고로 설비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공시하고, 전기로(EAF)에 의한 수소 저감 공정 및 스크랩 기반 제철로의 설비 전환 계획 발표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코리아>는 포스코홀딩스 측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진 못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2050년 탈석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아직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에도 총용량 31.7GW 규모의 석탄발전소 41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 용량 39.1GW보다 7.4GW 적은 수준으로 19% 감소에 불과하다. 현재 정책대로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2030년 석탄 발전량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될 예정이다. 

거센 탈석탄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릉안인 1호기가 2022년 11월 가동을 시작했고, 2023년과 2024년에 신규 3기(강릉안인 2호기, 삼척 1·2호기)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4월 발표한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시장에서 석탄 사업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2023년 삼척블루파워의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회사채 중 단 3.5%(80억 원 또는 610만 달러)만이 매수됐다.

실제로 석탄 의존도에 따른 재무적 위험은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전력공사가 직면한 재정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한 해에만 한전은 32조6,000억 원(25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중 약 30%가 석탄발전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의 탈석탄 관련 정책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OECD 국가에 2030년까지 탈석탄을 권고하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탈석탄 목표와 계획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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