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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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홍콩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제 2의 DLF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 및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이 다음 달 1일까지 10영업일 간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재 정기 검사 중인 하나은행에서도 관련 문제에 대해 들여다볼 계획이며,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증권사 중에서도 판매 규모가 큰 미래에셋·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통상 3년인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 및 원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입 후 지수가 크게 하락해 녹인(Knock-in,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거나, 만기 때까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해당 ELS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데, 중국 경제 둔화 및 미·중 갈등 격화 등의 영향으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초 1만2000대를 오갔으나 최근 6000선이 무너지는 등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사실상 대부분의 E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셈. 하나은행이 판매한 ELS 상품의 경우, 최근 만기가 도래한 181억원에서 8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손실률만 46%에 달한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판매 규모도 작지 않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5조8860억원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특히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이 7조8458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 뒤는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등의 순이었다.

KB국민은행에 미상환 잔액이 몰린 이유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판매 한도를 할당받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이후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별 ELT(ELS를 편입하는 특정금전신탁) 판매 한도를 당해 11월 말 기준 수탁 총액 이내로 정해버렸다. 

이 때문에 당시 ELT 판매가 많았던 국민은행이 약 13조원으로 가장 높은 한도를 할당받았으며, 그 뒤는 하나은행(6조원), 신한은행(5조원), 우리은행(4조원), 농협은행(3조원)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 규모의 ELS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도래할 예정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약 8조4100억원 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최근 손실이 발생한 하나은행 ELS 상품의 손실률을 적용하면 약 3조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가장 판매 규모가 큰 국민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녹인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인형은 연계된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노녹인(No Knock-in)형은 지수가 얼마나 하락하던지 만기 때만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된다. 

물론 녹인형이라고 하더라도 꼭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때 약 70% 수준으로 회복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중 관계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중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 2의 DLF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 또한 은행이 ESL 판매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손실 위험 등 중요 사항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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