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있다. 한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자 북한이 완전 무효화를 선언하며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국내 언론은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측과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를 주장하는 측으로 나뉘고 있다. 

◇ 북한 관련 기사 전주 대비 2배 급증, ‘9·19 군사합의’ 평가는 엇갈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 중인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북한’을 검색한 결과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총 244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13~17일) 보도된 기사량 1239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남북 갈등이 격화되면서 언론의 관심도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군사정찰위성’이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해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지난 5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시도만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정찰위성’ 다음으로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9·19 군사합의’였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체결한 것으로 ▲상호 적대행위 중단 및 상시 연락체계 가동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교류협력 및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 강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후 남북 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을 정지하는 내용의 국무회의 안건을 재가하자, 북한이 다음 날 9·19 군사합의에 따라 중단한 군사적 조치를 모두 재개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

언론은 9·19 군사합의 파기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사설에서 북한의 과거 군사도발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 입장에서 9·19 합의는 이미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북한은 무시하는 이 합의를 지키기 위해 해병대가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육지로 이동시켜 사격 훈련을 하느라 쓴 돈만 100억원이 넘는다”라며 “적이 지키지 않는 합의를 우리만 지키자고 하는 것은 안보 자해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는 24일 기사에서 “9·19 군사합의가 족쇄라면, 남북 모두에 적용되는 족쇄”라며 해당 합의가 남북 상호 위협 감소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비행금지 대상(고정익·회전익항공기, 무인기, 기구) 가운데 기구는 북한군만 대남 정찰에 사용하고 한국군은 사용하지 않아, 북한만 족쇄를 찼다”라며 “한국이 북한보다 감시정찰능력이 월등해, 비행금지 조처로 북한이 더 큰 족쇄를 찼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20~24일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0~24일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남북 갈등 격화, 언론의 해법은?

한편, 언론은 북한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면서도, 악화일로에 놓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부 매체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사설에서 “북한은 국제 법규와 상호 합의를 지켜야 할 의무로서 대하지 않는다. 법규와 합의는 이용하는 수단이고 이용 가치가 없으면 즉시 무시한다”라며 “이런 집단에 대처하는 가장 나쁜 방법이 그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북에 대해선 협상을 하되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북한은 9·19 합의 파기와 함께 기습 도발로 우리를 흔들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 더 이상 도발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면서도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제된 대응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우리 군은 단호하고 결연한 대응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은 만큼 즉응 태세를 갖추는 한편으로 자칫 확전되지 않도록 절제하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9·19 합의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합의였다는 군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남북 간 정면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라며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를 위한 기초적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군은 강력한 힘으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화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겨레는 23일 사설에서 “북한이 그동안 합의를 거듭 위반해왔고 전술핵 개발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남북이 9·19 합의라는 안전판도 없애버린 채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서로 강경책을 쏟아내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양쪽 모두 강대국과 손을 잡고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전쟁을 막는 유엔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2개의 전선’이 펼쳐진 상황에서, 만에 하나 남북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한반도 안보 정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라며 “남북도 책임질 수 없는 비극을 막기 위해,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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