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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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증권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3일 그룹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증권 부회장으로, 김성환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을 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김 부사장은 5년 전인 지난 2019년 대표로 선임됐을 당시의 정 사장과 같은 54세의 나이에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됐다. 

CEO 교체에 나선 것은 한국투자증권만이 아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달 7년간 미래에셋증권 대표직을 역임한 최현만 회장 대신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으며, 메리츠금융그룹 또한 13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며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지켜온 최희문 부사장 대신 장원재 사장에게 대표직을 맡겼다.

이처럼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곧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증권사 CEO의 연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라임·옵티머스 펀드 관련 징계가 연임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 대표에게 금융감독원 건의대로 ‘문책경고’를, 박 대표에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9일 정례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제재를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만약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가 확정된다면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두 증권사 CEO의 연임은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처럼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연임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시세조종 사태 및 금융사고 등으로 증권사를 향한 비판과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 손 전 회장은 DLF사태 관련 징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지난해 말 라임펀드와 관련해 중징계가 확정되자 올해 1월 결국 용퇴를 결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위에서 손 전 회장에 대한 징계가 의결되자, 취소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사고와 연루된 증권사 CEO들이 대체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화전기 거래정지 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논란이 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증권에서 지주로 자리를 옮겼으며, CFD 및 영풍제지 사태에 휘말린 키움증권의 황현순 대표도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한편,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연말 2년 임기가 만료되지만, 단일대표가 된 건 1년 전인 만큼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돼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8%나 감소했다. 지난 8월 라임·젠투펀드 투자자와의 사적화해를 결정하며 1200억원의 충당부채를 적립한 영향이 컸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의 경우 호실적을 이끌고 있는 데다 리스크 관리 역량도 인정받고 있어 연임 전망이 밝은 편이다. 실제 삼성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5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7% 늘어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또한 대부분 선순위로 구성돼 리스크가 크지 않고,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관련 충당금 규모도 다른 대형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뉴삼성’ 기조를 내세워 세대교체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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