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의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높은 인수 가격을 감당할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보험사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보험사는 모두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거나, 곧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최근 M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의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는 등 보험사 M&A 시장은 침체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보험사 인수에 따르는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계리적 가정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2분기 실적까지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기업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드디어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보험사 실적이 발표되고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보험사 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우선 롯데손보는 3분기 누적 기준 26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454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49.3% 늘어났으며, 9월 말 기준 CSM(보험계약마진) 또한 2조2086억원으로, 연초(1조6774억원) 대비 5311억원(31.7%) 증가했다.

롯데손보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는 금융그룹이 가장 주목하는 보험사 매물로 꼽힌다. 롯데손보 지분 77%를 보유한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지난달 매각 주간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3분기 들어 좋은 성적표까지 내보인 만큼, 롯데손보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인수가격이다. JKL파트너스는 매각 희망 가격으로 2조7000억원~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3일 기준 롯데손보 시가총액(7370억원)의 4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상장 주요 손보사 밸류에이션 평균과 경영권 프리미엄 약 50~85% 가정을 적용해보면 대략적인 가격은 약 1.2조~2.0조원 수준 정도가 예상된다”라며 “현재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 2.7조~3.0조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KDB생명은 적자 전환하며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115억원을 기록했지만, 1년 뒤인 현재 179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KDB생명은 보험·투자 부문에서 모두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KDB생명의 보험손익은 127억원의 보험영업손실을 냈다. 그 결과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지난해 555억원에서 올해 46억원으로 91.7%나 감소했다.

투자 손익 또한 3분기에만 5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누적 손실은 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1억원의 투자손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KDB생명은 이미 ‘매각 5수’에 실패한 상태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떠올랐으나 지난달 18일 산업은행에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보험업계에서는 KDB생명의 부실한 재무상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았던 것이 인수 포기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 6월 말 기준 67.5%(경과조치 적용 전)로 보험업법 상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과조치 적용 후에는 140.7%까지 올라가지만, 생보사 평균(224.3%)은 물론 금융당국 권고치(150%)에도 밑도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계 다자보험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희비가 엇갈렸다. 동양생명은 전년 동기 대비 39.5% 늘어난 2175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을 올리며 선전한 반면, ABL생명은 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것. 

다자보험그룹은 이미 연초부터 ABL생명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PEF 운용사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3분기 성적표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만큼, ABL생명의 매각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동양생명도 테니스장 운영권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저우궈단 대표의 배임 혐의 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순조롭게 매각 작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분기 성적표로 실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보험사들이 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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