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채집한 모기를 분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채집한 모기를 분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후변화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모기와 같은 열대성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들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뎅기열이 10년 안에 남유럽에서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WHO에 따르면 2022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420만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뎅기열은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며, 매년 약 2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WHO에 따르면 뎅기열의 발병률은 이미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배나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기후 변화와 사람들의 이동 및 도시화 증가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는 열대성 질환인 웨스트 나일, 뎅기열, 말라리아의 매개체가 현지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질병의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의 유럽 내 서식지가 늘고 있기 때문인데, 20년 전에는 대부분의 사례가 수입되었다. 

유럽 질병관리예방센터(ECDC)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흰줄숲모기는 유럽 내 8개 국가에서 발견됐으며, 2023년까지 13개국으로 늘었다. 

기후와 이러한 바이러스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ECDC에서 새로운 식품 및 벡터 매개 질병에 대한 팀을 이끄는 셀린 고스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면서도 "기후 변화가 열대성 질환의 출현 또는 재출현에 적합한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 길어진 여름, 홍수 등은 모두 모기에게 적합한 조건이다. 고스너는 "온도가 높을수록 번식 주기가 짧아지고 바이러스 복제가 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후변화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새의 이동 패턴을 변경할 수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유럽집행위원회에 의료 지원과 서비스 확대를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제출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는 지난 10월 공식발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지속가능발전목표 3.3(SDG 3.3)에 에이즈와 결핵뿐만 아니라 비교적 위험도가 낮게 평가되는 열대성 질환의 대책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산업혁명 이후 대기를 막고 지구를 1.2도 덥혀온 온실가스가 올여름 동아시아, 북미, 남유럽 지방에서 치명적인 폭염의 온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한 기온이 모기로 인한감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 남부와 아프리카의 새로운 지역에서도 모기 감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열대성 질환으로부터 안전할까. 

질병관리청은 지난 8월 파주지역에서 채집된 매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확인되자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올해만 국내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657명이 나왔다. 

말라리아는 급성열성질환으로, 대표적인 모기매개 질환 중 하나다. 모기에 물린 후 발열, 오한, 두통, 구토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48시간 주기로 나타나며 잠복기는 7일에서 최대 1년까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말라리아 국내 주요 발생지역은 파주시를 포함한 휴전선 접경지역(인천, 경기, 강원북부지역)에서 5~10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연간 500명 내외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열대성 해충과 관련한 질환 중 댕기열의 경우 현재 해외유입만 확인되고 국내발생 보고는 없다. 나머지도 크게 주목할 만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라리아가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했지만 예년과 크게 차이 나는 수치는 아니다. 또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 ”말라리아 매개체 모기가 기온이 10도에서 떨어지면 활동이 준다. 올해 10도 이상의 날씨가 좀 더 오래가긴 했지만 말라리아 환자발생의 경우 기후 외에 여러 요인이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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