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내세워 은행권에 구체적인 이자 경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서, 은행주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연합회에서 8개 은행지주사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금리상승으로 인해 가중된 국민의 이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중지를 모아 강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말 그대로 ‘부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회장단에게 “여러분들이 나름대로 ESG 경영을 내걸고 사회공헌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금융업계에 대한 이런 저런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라며 “막대한 은행이익이 단지 금리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은행권의 이자수익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지난 2020년 41.2조원에서 2022년 55.9조원으로 35.7%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기준 44.2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조원(8.9%)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이자이익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지난 2020년 1조929억원에서 지난해 1조2380억원으로 최근 3년간 13.3% 증가했다. 은행권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금액 비중은 같은 기간 9.0%에서 6.7%로 2.3%포인트 줄어들었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말한 바 있다. 이틀 뒤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은행의 과점 폐해가 심각하다며 경쟁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며 다시 은행권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시중은행은 앞다퉈 이자 환금 및 면제, 현금지원 등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이달 20일 열린 은행지주 회장단 간담회 또한 이러한 흐름의 일부로 보인다.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이번 간담회로 인해 상생금융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8대 은행지주사 및 은행연합회는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이자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이번 연말에는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면서 은행 초과이익 회수와 관련된 이슈가 가시화되고 있다”라며 “여야를 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는 만큼 횡재세 법안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 초과이익 회수에 대한 움직임이 발현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이어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규제 우려가 계속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은행주 센티멘트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라며 “정책 변수에 따라 은행 센티멘트가 좌우될 수 밖에 환경이라는 점에서 모멘텀 부재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투자심리 약화 현상으로 인해 은행주는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규제리스크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횡재세 이슈 등 규제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 점은 분명 리스크 요인”이라면서도 “은행 손실흡수능력의 핵심인 CET1 자본이 증자와 이익에 의해서만 확충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투자자 이탈, 이익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횡재세보다는 추가 준비금 적립 등 형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설 연구원은 이어 “전반적으로 업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사실이나 은행들의 기본적인 이익체력 대비 과도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중을 축소할 필요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21일 전일 대비 13.32포인트(2.08%) 오른 655.16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와 당국의 계속된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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