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테헤란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자체 개발 배달 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사진은 테헤란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자체 개발 배달 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이코리아]17일부터 로봇에도 '보행자' 지위가 부여된다. 자율주행 로봇이 사람과 같이 보도를 통해 음식이나 물건을 배달하고 순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통산자원부와 경찰청은 개정 지능형로봇법이 1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실외이동로봇을 활용한 배달, 순찰 등 신규 사업이 허용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0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이어 이번에 지능형 로봇법까지 시행되면서 로봇도 법적으로 보행자의 지위를 부여받아 인도로 다니며 배달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인도로 다닐 수 있는 로봇의 무게는 500㎏ 이하, 폭은 80㎝ 이하로 제한된다. 이동 속도도 무게에 따라 시속 5∼15㎞ 이하로 정해졌다.

다만, 도입 초기인 만큼 조건은 까다롭다. 

인도로 다니는 로봇을 활용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인증기관에서 운행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기관은 운행 구역 준수, 횡단보도 통행, 동적 안정성, 속도 제어, 원격 조작 등 16가지 항목의 평가를 거쳐 로봇에 '보행 면허' 격인 운행 안전 인증을 내주게 된다. 

로봇도 길을 걷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로봇이 무단횡단을 하는 등 도로교통법을 어기면 이를 운용하는 사업자에게 안전 운용 의무 위반으로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보행 면허'를 받은 로봇이 차도로 다니는 것도 불법이다. 실외 이동 로봇을 활용하려는 사업자는 보험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정 지능형로봇법이 시행되는 이날부터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기관 지정 신청을 접수받으며, 11월 이내에 운행안전인증기관을 신규 지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로봇산업협회를 손해보장사업 실시기관으로 지정해 실외이동로봇 운영자가 가입해야 할 저렴한 보험상품 출시도 지원한다.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아래의 도안에 따라 인증번호등이 표기된 안전인증 표시 부착 여부로 구별 가능.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아래의 도안에 따라 인증번호등이 표기된 안전인증 표시 부착 여부로 구별 가능.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실외 이동 로봇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진행 중인 업체는 14곳으로, 이 중 2개 사가 연내 운행 안전 인증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업계에서는 로봇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로봇 배달은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아 특정 지역 내에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운행안전인증을 받으면 전국 어디서든 이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

실제 유통업계는 실증 특례 상에서 지역을 한정해 로봇 배달을 시범적으로 운영해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자율주행 로봇배송 관련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지난 10월 말까지 서울 방배동 일대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자율주행 로봇배달 서비스 3차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CU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한 모빈(MOBINN)의 배달 로봇을 활용한 실증 사업을 펼쳤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달부터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식음료 매장에서 인근 6개 빌딩으로 디저트 류 위주로 실외 로봇 배달 서비스에 투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산업부가 제시한 로봇 운행 기준에 대부분 맞다. 이제 법적인 허들을 넘은 것이라 본격적인 상업화를 위한 정식 서비스보다 차후에도 다른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밝힌 운행안전인증 항목은 총 16가지로, 선진국에 비해 통과 기준이 까다로운지 등의 여부도 궁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1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외국에는 시험방법이나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 있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표준도 아직 나와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능형로봇법을 시행하기 전 관련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식으로 공청회를 거쳤다. 이에 업체들도 현재 기준에 맞춰야 된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와 경찰청은 "제도 시행 초기 단계에서 로봇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면서 "길에서 로봇이 다가와도 당황하지 말고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로봇을 파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부는 또 "실외이동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연내 첨단 로봇산업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23.3.2)에 따른 규제개선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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