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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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은행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은행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은행에 고통을 전가하는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동안 사회공헌에 소극적이었던 은행권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난 14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신설해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가 지난 5년간 벌어들인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했다. 이렇게 모인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등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 “‘횡재’한 기업, 이윤 환원해야...” EU 주요국, 에너지·은행에 횡재세 도입

‘횡재세’(windfall tax)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 등에 추가로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코로나19와 고금리, 고물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대외환경의 급변으로 막대한 이윤을 올린 정유사·은행 등의 기업에 대해 초과이윤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도록 하자는 것.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횡재세가 부과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지난 1981년 은행 및 에너지 기업에 특별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1997년에는 기간산업 민영화 관련 기업에 23%의 횡재세를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이익 부담금(EPL) 명목으로 석유·가스회사가 5월 이후 거둔 이익에 대해 25%의 초과세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독일 또한 지난해 11월, 2022~2023년 이익이 2018~2021년 평균의 20% 이상 초과하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33%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 및 금리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 및 은행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위원이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위원이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내 횡재세 입법 논의, 반대 논리는?

국내 정치권에서 횡재세 도입이 논의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민병덕·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한국판’ 횡재세 도입을 위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안은 정유사, 민 의원안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용 의원안은 정유사·은행을 모두 다루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모두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횡재세 도입에 대한 반발이 거센 만큼 입법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기 때문. 은행권 및 정유업계는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손실은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초과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금리·고유가로 인해 초과수익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도 아닌데 환수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법인세를 누진적으로 걷는 우리나라에서 횡재세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 횡재세를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지난해 12월 국내 학술지 ‘세무와 회계 연구’에 발표한 ‘우리나라 횡재세 도입의 법리적 타당성과 입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다른 업종을 제외하고 정유와 은행업계에만 횡재세를 부과할 경우 동일한 담세력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중복하여 과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횡재세는 두 번 과세하기 보다 세율을 중과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이성만 의원안은) 초과소득이 있을 때에만 각 사업연도소득금액에 대한 법인세의 산출세액과 합산하는 방식이므로 이러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라며 “용혜인 의원의 법안은 초과이득을 법인의 과세대상 소득으로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초과이득에 50%의 세율을 부과하되, 일반 법인세율로 납부한 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이중과세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및 사회공헌활동 금액 추이.(단위: 십억 원, 억 원) 자료=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및 사회공헌활동 금액 추이.(단위: 십억 원, 억 원) 자료=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 은행권 사회공헌, 이자이익 2.2% 그쳐... 횡재세는 ‘자업자득’?

일각에서는 횡재세 도입을 논의하기 전 은행권이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해온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지난 2020년 1조929억원에서 지난해 1조2380억원으로 최근 3년간 13.3% 증가했다. 

다만 고금리로 인한 이자이익 급증을 감안하면, 은행권이 사회공헌 확대에 오히려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2020년 41.2조원에서 2022년 55.9조원으로 35.7% 증가했다. 이자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2.2%로 오히려 0.5%포인트 감소했다.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중 또한 같은 기간 9.0%에서 6.7%로 2.3%포인트 줄어들었다.

한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16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유럽연합은 특정한 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도입한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이 시장 경제를 교란시키거나 공산주의 국가인가?”라고 반문하며 “투입한 자본과 노동, 기술에 비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이익이 발생한 곳에 재원을 마련해서 피해를 당하거나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쓰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법안에 정부여당이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상생금융을 제도화하는 최적의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이 재점화한 횡재세 도입 논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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