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한 관광객 대상 라면 판매점.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관광객 대상 라면 판매점.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라면업계가 3분기에도 K-푸드 열풍으로 나란히 좋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법인 매출 성과가 일시적으로 둔화됨에 따라 내년 성장세에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서 농심은 전일대비 4만2500원(8.76%) 급락한 44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양식품은 전일대비 1만400원(4.95%) 내린 19만7900원, 오뚜기는 9000원(2.24%) 하락한 39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가 2.20% 상승한 데 반해 농심, 삼양, 오뚜기 등 이들 종목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다음 날인 16일에도 한국거래소에서 농심과 삼양식품은 4시 3분 기준 각각 2.94%, 1% 하락한 42만9500원, 19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오뚜기는 보합으로 39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라면 3사는 14일 나란히 3분기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 농심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559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103.9% 신장했다. 

삼양식품은 매출 3352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5%, 124.7% 늘었다. 오뚜기는 매출 9087억원, 영업이익은 829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87.6%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주요 원재료 가격 안정화 및 K-푸드 열풍으로 해외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업계 1,2위 농심과 오뚜기 모두 해외법인에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농심은 "전년동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3%대에서 올해 3분기 6%대로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영업이익 개선은 해외법인의 매출이 증가했고 원가율 개선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3% 증가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수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농심은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이 약 200억원으로 3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다. 국내 법인의 수출 이익까지 합산하면 약 250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성장률 조정으로 전체 매출액은 소폭 역신장(-2.5%)했다. 농심의 미국 비중은 매출액 내15%, 영업이익 내 23% 수준이다. 북미 매출은 기저효과와 환율 하락으로 인해 2%, 중국 매출은 대형 매장 부진이 지속되며 12% 감소했다. 이에 기대를 모았던 해외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내년 성장세에 대한 우려로 라면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농심의 해외 성장 둔화는 일시적이며, 내년에도 해외 법인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미는 원가 부담 완화로 영업이익이 48% 늘었고, 중국은 비용 효율화 노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7% 개선됐다"며 "3분기 해외 법인의 매출 성장률은 다소 부진했으나 4분기부터는 신제품 출시와 입점채널 확대를 통해 재차 성장세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정부의 물가 인상 자제 당부에 라면업계가 지난 7월 일제히 라면값을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식품업체를 향한 물가 안정화 동참 분위기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각각 4.5%, 6.9% 인하했다. 가격 인하에 따라 매출은 연간 약 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 감소 효과는 약 120억원으로 추산되고, 이는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5%에 불과하다. 이보다는 국내외 판매량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지우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코스트코, 월마트 등 MT(+6%) 채널에서는 전년 대비 성장한 점, 여전히 높은 마진률(OPM 9.4%)을 유지한 점, 미국 2공장 4호 라인 증설이 진행 중인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현재의 성장률 둔화는 라면 품목에 대한 수요 하락보다는 일부 TT(-10%) 채널 재고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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