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유튜브 갈무리
=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유튜브 갈무리

[이코리아] 항공교통이 발달한 데 비해 여객철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지던 미국이 최근 철도교통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국내에서 400개에 가까운 항공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선 탑승객이 지난해 한 해에만 7억 5,100만 명에 달했다. 도로와 항공망이 잘 갖춰진 미국은 그동안 고속철도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기후 위기가 심화 됨에 따라 고속철도가 항공 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기후 위기로 인해 불안정해진 날씨다. 미국 교통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100만 건 이상의 항공편 지연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항공편의 약 23%에 해당하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이 중 75%는 날씨로 인해 발생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대기 과학자 폴 윌리엄스는 제트 기류의 변화로 인해 난기류가 증가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 상공에서 ‘청천 난기류’ 현상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청천 난기류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난기류를 뜻하며, 기상레이더로도 탐지가 힘들다. 197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청천 난기류로 인한 항공사고가 5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관계자들도 기후 변화가 항공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 항공 CEO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불규칙한 운항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항공 여행자들은 지연 및 취소된 항공편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속 가능한 비행 연료의 사용을 확대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도 덧붙혔다.

열차가 비행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점 역시 철도교통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 연방철도국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이동할 때 철도를 이용할 경우 25.3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141.1kg이 배출되는 비행기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실제로 미국 각지에서는 기존 철도망의 개선과 고속철도 신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1년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의 일환으로 66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철도 교통망 개선용으로 책정했다.

아셀라 열차의 모습 = 암트랙 누리집
아셀라 열차의 모습 = 암트랙 누리집

이번 달 바이든 행정부는 보스턴에서 뉴욕, 워싱턴까지 운행하는 아셀라 열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직선화 및 개량 계획에 16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 교외를 연결하는 민간 초고속 열차 브라이트라인 웨스트도 연말까지 정부로부터 각각 28억 달러와 37억 5,0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투자받는 것을 추진중이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장기적으로는 새크라멘토부터 샌디에이고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것을 논의 중이며, 텍사스주 역시 휴스턴과 댈러스를 고속철도로 연결해 편도 1시간 30분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플로리다, 보스턴, 뉴욕, 워싱턴 등 각지의 대도시권을 잇기 위한 철도 노선이 논의되고 있으며, 캐나다 벤쿠버와 미국 시애틀, 포틀랜드를 연결하는 국가 간 고속철도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젠화 첸 (Zhenhua Chen) 오하이오 주립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항공산업에는 탈탄소화를 위한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으며, 매일 40,000편의 항공편이 약 4억 갤런의 제트 연료를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열차가 유럽, 한국, 대만, 중국을 가로지르고 있는 데 비해 미국에는 아직 눈에 띄는 고속열차가 없던 상황이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방 예산이 배정되며 향후 몇 년 내에 상황이 바뀔 수 있으며, 미국 내 다수의 교통 경로에 더 많은 안정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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