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10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흑자가 한전 재무 구조 개선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려워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한전이 공시한 3분기 결산 실적(연결 기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 1조99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7조5309억 원 영업 손실이 났던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24조4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고, 순이익은 8333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이번 흑자는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의 올해 1∼3분기 전기 판매 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오르면서 전기 판매 수익도 13조8281억 원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 국제 유가가 하락해 발전 연료비 등 지출도 2조6599억 원 줄었다.

한전은 "2022년 4월 이후 2023년 3분기까지 5차례의 요금조정과 연료가격 안정화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흑자 지속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재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상당 기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이후 쌓인 한전의 총 적자 규모는 45조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역시 3분기까지 6조4534억 원이나 적자를 냈다. 이에 한전이 또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에서 제시된 올해 필요 인상분으로 총 51.6원(기준 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요금 5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인상된 금액은 이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9일에 전체 판매량의 약 49%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평균 10.6원(6.9%) 추가 인상됐지만 한전 적자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연간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2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4분기 실적이 3분기 대비 부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해소하지 못한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계속해서 올려야 하는데, 2024년부터 요금 정상화가 시작되나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10.6원/kwh 인상했으며, 이러한 정책 방향성이 지속됨에 따라 올해 말 진행될 예정인 2024년 전기요금 결정에 있어서도 기준연료비 하락에 따른 인하요인이 발생하겠지만, 현재 수준의 전기요금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총선 이후의 전기요금 인상 또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 개선 요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증권은 한전이 4분기에도 3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유지되며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광래 신한증권 연구위원은 "SMP는 10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의 평균 130원 수준까지 하향 안정화됐고, 평균판매단가는 최근 발표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 12% 상승하겠다"면서 "아쉬운 점은 4분기 전력판매량이 3분기보다 줄며 절대적인 영업이익 규모는 축소될 전망이다. 4분기 영업이익 9,085억원(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는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 추가인상과 함께 4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달성이 확실시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6월을 저점으로 9월까지 단기적으로 반등하면서 이에 후행하는 LNG가격과 SMP가 4분기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한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전력 판매량 감소와 기저발전 이용률 하락으로 3분기대비 비용구조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부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4월 총선이후 전기요금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작년 2분기부터 시작된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과 러-우 전쟁직후 급등했던 에너지가격의 하향안정,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 되는 동사의 재무구조 부담을 감안 시 2024년은 4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달성이 확실시된다. 특히 내년에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뚜렷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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