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청년도약계좌 신청 및 가입자 수 추이.(단위: 천 명) 자료=서민금융진흥원
월별 청년도약계좌 신청 및 가입자 수 추이.(단위: 천 명) 자료=서민금융진흥원

[이코리아]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출시된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납입금이 높고 만기가 길지만 실질적인 금리 메리트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생애주기 전체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 수는 총 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는 지난 7월 76만1000명에서 7월 4만4000명, 8월 15만8000명, 9월 9만2000명, 10월 8만6000명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가입자 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5만3000명이 청년도약계좌를 개설했지만, 8월에는 12만5000명, 9월 4만4000명, 10월 3만2000명으로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6~10월 전체 신청자 수는 153만7000명, 실제 계좌를 개설한 가입자 수는 45만4000명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올해 가입자 수가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367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가입자 수는 예상치의 15%에 그쳤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위해 마련된 청년도약계좌가 정작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로는 무리한 조건이 꼽힌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대상은 만 19~34세 청년으로, 월 70만원씩 5년간 납입하면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이자 수익을 더해 약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 여유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매달 70만원의 금액을 5년이나 꾸준히 저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출산 등을 앞둔 30대의 경우 중도 해지를 고민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가입자 수가 289만5500명에 달했으나 올해 5월말까지 약 68만4800명이 중도 해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희망적금의 월 납입액은 50만원, 만기는 2년으로 청년도약계좌보다 문턱이 낮은 편인데도, 4명 중 1명꼴로 중도 해지한 것.

시중 금융상품에 비해 실질적인 금리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는 최고 연 8.86% 수준이지만, 해당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은 ▲급여이체 통장 사용 ▲마케팅 정보 제공 동의 ▲자사 카드 사용실적 등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자사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는다는 청년도약계좌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년도약계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청년기뿐만 아니라 아동기~노년기 등 전 생애에 걸친 자산형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생애주기 자산형성지원사업의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임에 따라 전 생애에 걸쳐 소득을 안정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이 높은 등 안정적인생활 여건을 구축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주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국내의 자산형성사업을 정비하고, 청년자산형성사업을 주택청약저축 및 아동발달계좌와 연계하는 등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형성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자산형성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와 영국 등은 미성년 아동기부터 아동발달계좌로 축적한 자산을 성인기의 자산형성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방법을 통해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0~6세 아동을 위한 ‘아동발달계좌’를 도입했는데, 해당 계좌의 미사용 잔고는 아동이 7세가 될 때 대학 등록금 지출 대비용으로 마련된 ‘대학교육계좌’로 이전된다. 대학교육계좌의 미사용 잔고 또한 계좌 소유자가 30세가 됐을 때 중앙적립기금으로 이전돼 은퇴 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영국의 ‘주니어 ISA 계좌’ 또한 남은 금액이 성인 ISA 계좌로 이전돼 꾸준히 자산형성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청년내일저축계좌, 내일채움공제,  디딤씨앗통장 등 다양한 자산형성 지원사업이 전개되고 있으나, 주로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는 데다 사업간 연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운영 중인 중앙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 중인 자산형성지원사업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생애주기 자산형성사업 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라며 “청년자산형성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 중 55.5%는 주거비용 마련을 참여의 주목적으로 응답한 바 있는 만큼, 현재 운영 중인 청년자산형성사업과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연계할 수 있다면 자산형성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한 싱가포르의 아동발달계좌 사례를 참고하여 자산형성사업을 통해 축적된 자산이 미성년 아동의 육아비로 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자산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자산형성사업 가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출산 및 육아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