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4인, 찬성 173인, 반대 0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4인, 찬성 173인, 반대 0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는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며 산업현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측과,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단독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재석 의원 174명에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하지 않고 퇴장했다.

◇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언론, 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초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노조법’, ‘노동조합법’ 등을 검색하자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총 59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9일 가장 많은 254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의 이름이었다. 이 밖에 눈에 띄는 키워드는 ‘거부권’과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는 노란봉투법에 반대해온 여당이 해당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드려야 하는 무거운 심정"이라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임에 틀림없으나, 많은 국민들이 이 법안만큼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재계 또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9일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라며 “우리 기업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9일 성명을 내고 “민의를 따르고,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뜻이기도 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받아들이길 바란다”라며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또한 “이날 개정으로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을 존중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6~10일 보도된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의 주요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6~10일 보도된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의 주요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한 야당 비판...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한편, 언론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부 매체는 야당이 법안을 단독처리한 것은 무분별한 ‘입법 폭주’라며, 노란봉투법이 산업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사설에서 “노란봉투법은 노사 협상의 틀을 송두리째 흔드는 법”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이 법을 논의하지 않았다. 문제가 많은 법이란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그런데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자 곧바로 강행 처리 수순을 밟았다”라며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힘자랑만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민주당은 지지층에 생색을 내고 정치적 부담은 대통령에게 지우면 그만”이라며 “(민주당은) 법안의 실제 시행 여부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정략을 위해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 국정을 책임졌던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또한 야당의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에 대해 “거야의 정략적인 입법·탄핵 폭주”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란봉투법은 경제와 노사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위헌 논란도 제기돼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도 입법을 꺼렸던 이런 쟁점 법안들을 힘의 우위를 앞세워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경제계는 국내에서 정상적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수백, 수천 하청·협력업체의 표적이 돼 쟁의가 일상화된다는 것”이라며 “노조 쪽으로 힘의 균형이 심하게 쏠린 한국의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경제계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하청·협력업체 쟁의가 많아지면 대기업은 국내 기업 대신 해외 하청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은 일자리 해외 유출, 산업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이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보장법, “尹, 국회 결정 존중해야”

반면, 일부 매체는 노란봉투법이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라며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겨레는 9일 사설에서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대해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원청업체의 일을 하면서도,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은 하청업체와 하도록 떠밀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할 때 귀책 사유·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해, 조합원 모두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는 것을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어 “정부와 경영계는 연일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 악영향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 사용자가 교섭 의무를 갖도록 한 것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2010년 대법원의 결정과 국제 기준을 법에 반영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경영계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9일 사설에서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26일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과정에 위법성이 없다고 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절차적 정당성을 사법부가 뒷받침한 것”이라며 “파업 참여를 이유로 감당할 수 없는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노동자들의 절망과 고통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나아가 노란봉투법 입법은 노동권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라며 “윤 대통령은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에는 사법부·국회 결정을 존중해 노란봉투법을 수용하고, 협의·절충할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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