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규제 항목에서 제외하고,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당분간 단속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지난해 추가 시행한 일회용품 규제 대부분을 없앤 것이다. 다행이라는 업계 반응과 함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책 브리핑을 열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우선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부는 "다회용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등 규제의 현장 적용이 어렵고, 해외 많은 국가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중심으로 관리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현재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고, 일부 국가에서 규제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하위법령 입법 미비 등으로 실제 시행되진 않았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은 연장된다. 환경부는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을 계도기간 동안 개선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계도 종료시점은 UN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비닐봉투는 장바구니나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비교적 안착된 것으로 보고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 대신 대체품 사용을 독려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가 올해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매장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 선정 시 우대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일회용품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2년 전 일회용품 사용금지 대상을 현재와 같이 확대하면서 현장 여건을 철저히 살피지 못한 채 정책이 조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지만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규제가 아닌 차원에서 일회용품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반응은 엇갈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가 스스로 환경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환경부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규제를 포기했다"며 "환경부는 이번 제도 유예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성명서에서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에 반하고,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인 점을 지적하며, 시민의식에 걸맞는 정책으로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작년 10월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간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환경부는 국민과 소상공인을 편가르기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불편하더라도 문제해결에 협력할 의지가 있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일회용컵을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컵으로 바꾸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발표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연간 2억5000만kg 이상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9만2000 대 이상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또한 연간 180만㎥ 이상의 물과 10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이번 연구는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에서 △컵당 사용 기간(3년) △낮은 사용 빈도(연간 20회) △높은 사용 빈도(연간 60회) 등을 설정해 재사용 빈도수별 영향 효과를 비교했다.

특히 컵당 연간 약 20회를 사용하는 낮은 사용빈도에서도 환경 성과가 개선되고, 재사용 빈도 수가 높아질수록 환경 성과는 더 높은 비율로 개선됐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더라도 세척이나 운송 등의 과정에서 환경 영향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며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에서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세제로 대체하고 운송에서는 내연기관 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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