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3개월째 순매도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로 인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주식 3조112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조6110억원, 501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8월 이후 3개월째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는 총 624.8조원으로 전월 대비 38.9조원 감소했다. 다만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26.7%에서 27.2%로 0.5%포인트 늘어났다. 

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5756억원 순매도했다. 그 뒤는 LG에너지솔루션(△5586억원), 삼성SDI(△5463억원), 에코프로비엠(△3302억원), LG화학(△2720억원), SK이노베이션(△2184억원), 현대차(△1859억원), 포스코퓨처엠(△1781억원), 네이버(△1298억원), 두산로보틱스(△1295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올해 2차전지 관련주 중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에코프로와 금양이었다.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달 각각 △24.8%, △26.3% 하락했으나, 외국인은 오히려 각각 2934억원, 1888억원을 순매수했다. 낙폭이 과대했는데도 저가 매수에 나선 만큼,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6일 시작된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로 인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는 것)에 나선 외국인의 매수세가 단기적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이 추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는 것. 

실제 삼성증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2020년 3월 16일부터 6월 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는 대체로 현물(주식)의 상대적 고평가를 수반하는 경향이 짙다”라며 “현물 가격이 선물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될 경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현물 매도, 선물 매수의 매도차익거래를 실행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 기간 중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중 금융투자(증권사)가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시장 매도 중심 수급 주체였던 이유”라며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 수급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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