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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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가축분뇨는 악취와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켜 골칫덩이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가축분뇨를 열분해해 생산한 '바이오차'(Biochar, 바이오매스와 차콜의 합성어)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국내서도 상용화 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자원순환, 수소·에너지, 생활편의 분야에서 대한상의 접수과제 27건을 포함해 총 47건이 승인됐다.

자원순환 분야에선 가축분뇨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숯 '바이오차'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나선다. 소나 닭 같은 가축의 분뇨를 350도 이상 고온 및 산소가 없는 조건하에 열분해하여 일종의 숯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샌드박스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심의위원회에서는 자원순환, 수소·에너지 분야의 혁신 과제들이 승인되어 에너지 전환과 탄소감축 기술의 혁신이 앞당겨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차는 가축분뇨 100톤(t) 기준으로 함수율이 20%로 퇴비의 42%보다 낮아 처리가 쉽고 생산과정과 보관, 농경지 살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온실가스가 적다. 또 토양에 탄소를 저장해 온실가스 저감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토양 개량에도 효과적이어서 농업 생산성과 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한국에서는 바이오차 생산이 불가능했다. 기존 목재와 왕겨를 활용한 바이오차는 시설기준이 있어 생산이 가능했지만,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차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부·농식품부·환경부가 실증특례를 허용하며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바이오씨앤씨, 경동개발은 강원, 전남, 전북 등 지역에 가축분뇨 열분해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김창섭 바이오씨앤씨 대표는 "가축분뇨 바이오차 1톤 당 평균 2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고, 그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뇨는 전통적으로 토양과 식물의 건강 개선을 위한 영양원 및 천연 비료로 사용되어 왔다. 신선한 분뇨는 오염 물질 및 병원균의 함량이 높지만 영양분 함량이 높아 농업 및 농작물 재배에 유용한 자원이다. 하지만 신선한 분뇨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하천 및 지하수로 유입될 수 있는 광범위한 영양소(인 및 질소) 침출이 발생해 수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영양화(eutrophization)는 물속의 산소를 감소시키고 생태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수생 식물의 성장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특히 조류와 해양 식물의 성장을 향상시키고 어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은 부영양화가 미국에서 연간 2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년간 600건 이상의 연구에서 동물 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차는 수질 개선 및 수체로의 부영양화과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으로도 제시됐다. 

바이오차는 앞서 201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탄소 제거기술의 하나로 포함됐다. IPCC가 발표한 바이오차 탄소저감 시나리오에 따르면 바이오차 1톤을 뿌리면 이산화탄소가 1.8t 감소한다. 국내 경작지 8%(18만ha)에 1ha당 5t을 시비하면 이산화탄소 약 162만t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30년 농축산분야 탄소저감 목표치인 160만t을 초과 달성하는 수치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2021년 탄소 중립을 위한 농업분야 핵심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정부는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은 올 연말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다.

지자체의 경우 경상북도는 저탄소 축분 가공산물 활용기반 조성을 위해 4.5억원을 들여 축분 바이오차(바이오매스 열분해 소재)를 토양개량제로 활용할 시범단지를 내년에 3곳 조성하기로 했다. 또 축산농가, 유기질 퇴비공장 등 축분 열분해 설비 확대에도 나서 매년 2곳씩 구축해 하루 6t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바이오차 관련 정책은 어떨까.

독일은 2000년 신재생에너지법(REA) 시행 이후 2017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가축분뇨 등 유기성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산업을 크게 활성화 했다. 

REA는 바이오가스화 원료 확대와 관리, 바이오가스 생산 부산물 농업 이용 등 바이오매스 활용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바이오가스 발전 시설의 실효성 있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소규모 발전시설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5차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 바이오매스일본종합전략 정책을 부처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고 다양한 폐기물계바이오매스와 미이용계 바이오매스의 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종료시점인 2012년 6월 바이오가스 발전용량이 14.7kW였는데,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시행 이후 2020년 3월까지 8년간 바이오가스 발전용량은 107.8kW로 약 7배 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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