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제2도시간 인구 격차(왼쪽)와 수도권 밀도 비교. 자료=한국은행
수도-제2도시간 인구 격차(왼쪽)와 수도권 밀도 비교. 자료=한국은행

[이코리아] 여당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며 ‘메가 서울’ 구상을 발표하자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 ‘메가 시티’ 조성이 우선이라며, 지역 거점도시 성장을 통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둔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며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라며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지방 메가시티가 구성되도록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강하게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이처럼 발언한 것은 최근 국민의힘이 김포시 등 서울 인접 도시를 편입해 ‘메가 서울’을 조성함으로써 수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조경태 의원을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 위원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7일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 12% 국토에 인구 절반 집중... ‘메가 서울’ 논의에 지방 반발↑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 지역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메가 서울’ 조성을 추진하자, 지방에서는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광주·대구·대전·부산 등 4개 지역 경실련은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여당의 ‘메가 서울’ 추진에 대해 “서울 인근 지역을 무리하게 편입·확장하려는 것은 지방행정 왜곡이며 자치 분권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은 국토의 12% 수준이지만 50%가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 서울과 제2 도시인 부산의 인구 격차는 약 2.8배로, 우리나라와 국토·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크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출산·사망과 같은 자연적인 요인보다 지역간 인구이동과 같은 사회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이러한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21년 수도권에서 증가한 인구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78.5%였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남, 대구경북, 호남권의 인구감소 중 청년층 유출의 기여율은 각각 75.3%, 77.2%, 87.8%에 달했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과 일자리, 문화·의료 인프라 등 수도권-지역 간 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국가 내에서 수도의 경쟁우위는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 외 다른 대도시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청년이 수도로만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대도시들과 서울 간 격차는 경제, 문화, 의료 등 대부분 분야에서 2015년 이후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5~2021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34만원에서 53만원으로 벌어졌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3.8%포인트에서 6.7%포인트로, 1만명당 문화예술활동건수는 0.77건에서 0.86건, 1천명당 의사 수는 0.31명에서 0.45명으로 늘어났다. 보고서대로 전 분야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시나리오별 인구 시뮬레이션. 지역 거점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늘어나는 시나리오3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장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의 시나리오별 인구 시뮬레이션. 지역 거점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늘어나는 시나리오3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장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 지역 거점도시 육성, ‘서울공화국’ 해법 될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메가 서울’에 앞서 지방에 ‘메가 시티’를 우선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은은 “그동안 모든 지역에 예산을 고루 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발전전략을 거점도시 중심으로 전환하여 정책효과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과 규모 차이가 큰 지역들이 서울과 맞먹는 소득과 서비스 수준을 갖추기는 어렵다”며 “권역별 거점도시들이 규모와 중심기능을 회복하여 전체 권역의 산업경쟁력과 집적경제를 최대화하는 것이 일방적인 쏠림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거점도시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현재의 10% 수준으로 감소하고 거점도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 중 절반이 거점도시로 이동할 경우, 현재 50.6%인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53년 49.2%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의 청년층 이동 추세가 계속될 경우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53년 53.1%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지방에 서울에 대항할 수 있는 ‘메가 시티’를 조성해 인구 유출을 막구 인접 지역에 ‘낙수효과’를 퍼뜨리는 성장거점전략은 이전부터 논의돼오던 지방균형발전 방안 중 하나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발표한 ‘도시의 성장과 집적에 대한 연구: 거점도시의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전을 촉진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연구위원은 1995년부터 2015년까지의 자료들을 통해 시장접근성과 도시성장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대도시나 지방의 거점도시에 가까워 시장접근성이 높은 도시는 고용이 더욱 증가한 반면, 시장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문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역 중심도시의 집적효과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거점도시들이 갖는 집적효과의 크기에 따라 주변지역의 성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현재, 지방 광역시들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그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일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수도권에서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는 메가시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오시면, 주민의 뜻을 존중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 서울’ 추진으로 지방의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는 여당이 지방 거점도시 육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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