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으로 공개매수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지만, 절차적 불편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으로 공개매수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지만, 절차적 불편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오스템임플란트 등의 공개매수 이슈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접수 절차는 여전히 ‘대면’ 방식으로 이뤄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의무공개매수 입법 논의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 절차를 전자화해 주주 권익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매수는 장외에서 단시간에 공개적으로 필요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시장 밖에서 6개월 이내 10명 이상으로부터 발행주식 수의 5% 이상을 취득할 경우 공개매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주로 경영권 획득 및 강화, 적대적 기업인수, 상장폐지, 지주사 전환 등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개매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올해 초 진행된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때문이다.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하이브가 지난 2월 1주당 12만원에 SM 주식을 공개매수하자, 카카오는 3월 이보다 3만원 높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며 지분 확보에 나선 바 있다.

SM 공개매수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SM 보통주 공개매수 청약은 2.266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공개매수 목표 물량(833만3641주)의 두 배가 넘는 1888만227주가 청약에 참여하며 높은 열기를 보인 것. 이는 에스엠 유통주식 수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대주주 간 지배권 경쟁이 벌어질 경우, 공개매수는 일반 주주에게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공개매수에 청약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증권사 본점이나 지점에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법과는 관련이 없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설명서를 본점과 지점 및 영업소 등에 비치해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매도자에게 설명서를 미리 교부해야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매도자의 동의가 있으면 전자문서를 통해 설명서를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여전히 방문 청약만 취급하고 있다. 일반 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면 증권사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3시 30분 이전에 시간을 내 지점에 직접 방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는 대행인을 통해 영업점에 방문해야 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투자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공개매수 및 주주총회의 전자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간 시행된 공개매수 47건 중 전자적 방식의 청약이 가능했던 것은 단 1건뿐이었다. 지난 9월 원익홀딩스의 티엘아이 주식 공개매수 당시 사무 취급자였던 NH투자증권은 자사 홈페이지, HTS 및 MTS를 통한 청약이 가능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황 연구위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개매수가격이 제시되었을 때, 영업시간 중에 해당 영업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높은 가격에 매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점에 대한 검토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로 주식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공개매수로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M&A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일반주주에게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새로운 지배주주에게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5월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만약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 공개매수 빈도가 늘어날 경우, 방문 청약에 따른 주주권익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본래 의도대로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있는 전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사항이 아닌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의 시스템 구축과 청약 관행의 변화만 필요한 부분이므로, 금융당국의 정책적 방향 제시와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의 시스템 구축 노력을 통해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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