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챗 GPT, 빙 챗, 바드 등 빅테크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화형 AI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 'xAI'는 현지시각 4일 생성형 AI '그록(Grok)'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록은 X 계정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베타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X의 유료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xAI는 그록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SF 소설)’을 모델로 한 AI이며,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심지어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제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록은 머스크가 소유한 X (구 트위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어 다른 대화형 AI보다 최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록은 지난 4개월 동안 개발된 거대언어모델 ‘그록-1’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xAI는 그록이 중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와 코딩 과제에서 챗 GPT 3.5 버전과 같은 다른 AI 모델을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그록이 약간의 재치를 가지고 질문에 대답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반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머를 싫어한다면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또 다른 AI가 답변을 거부하는 충격적인 질문에도 그록은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머스크는 그록에 마약의 한 종류인 코카인의 제조 방법을 질문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록은 집에서 코카인을 만드는 레시피를 알려줄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가 ‘농담’이라고 덧붙힌 뒤 “불법이고 위험하기 때문에 실제로 코카인을 만드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라는 농담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는 원래 챗 GPT를 개발한 오픈 AI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었지만, 테슬라의 AI 기술과의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이유로 오픈 AI를 떠났다. 이후 오픈 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고 챗 GPT를 출시하자 머스크는 오픈 AI의 영리화를 비판하며 AI의 위험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Future of Life Institute)가 공개한 '거대 AI 실험 일시중지 공개서한 (Pause Giant AI Experiments: An Open Letter)'에 이름을 올려 인공지능의 연구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오픈 AI가 진보 편향적이며 영리화되었다고 비판하던 머스크의 행보는 새로운 AI 기업 xAI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머스크는 xAI의 설립 목적을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AI'의 개발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AI 개발을 진행하는 머스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외치는 것은 업계 선두주자인 오픈 AI의 발목을 잡고 자체적인 AI를 개발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개서한을 공개한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가 머스크 재단의 막대한 기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머스크는 그록 AI를 공개하기 직전에도 계속해서 AI의 위험성과 규제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영국에서 열린 AI 정상회담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대담을 진행하며 “AI는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힘이다.” “결국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생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영국이 AI 안전 정상회의에 중국을 초청한 것은 필수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미국, 영국, 중국이 AI 규제 부분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xAI 역시 이번에 그록을 발표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해 강조했다. xAI는 현실 세계에 대해 깊이 추론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호함을 줄이고 검증 가능한 상황에서 추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며, 인간의 피드백이나 현실 세계와의 상호 작용 없이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xAI는 공지를 통해 “우리는 AI가 사회에 과학적, 경제적 가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재앙적인 형태의 악의적 사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그록 AI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