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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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초도 생산 물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일 공군과 방위사업청 등이 참여한 비공개 토론회에서 한국국방연구원이 KF-21의 초도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사업 타당성 조사의 잠정 결론을 내놓았다. 국방연구원은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과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성숙 되지 않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KF-21 사업은 2032년까지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하겠다는 계획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공대공 버전인 블록-1 초도 물량을 2026년부터 40여 대 전력화하고, 이후 공대지 전투능력을 추가한 블록-2를 80여 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초도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초도 물량 축소가 확정될 경우 KF-21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7백여 개의 국내 업체들에도 여파가 미쳐 방위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위사업청,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은 초도 물량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공군과 방사청, 업체, 그리고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이 현재의 양산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라며 40대 초도 양산 계획 유지를 주장했다. 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3일 용산에서 열린 국방컨벤션에서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고 여야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실시된 한·미 연합편대군종합훈련 = 뉴시스
지난 4월 실시된 한·미 연합편대군종합훈련 = 뉴시스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초음속 전투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F-15나 F-16 (미국), 유로파이터(유럽), J-10(중국) 전투기는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F-35(미국), SU-57(러시아), J-20(중국) 등 스텔스 성능을 지닌 최신형 전투기는 5세대로 분류된다. 한국이 개발 중인 KF-21 보라매는 4세대와 5세대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4.5세대 전투기에 해당하며 튀르키예, 인도, 스웨덴 등이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개발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지난해 7월 KF-21 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을 성공시키며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가 되었다. 이후 KF-21은 6호기까지 제작된 시제기를 통해 2천여 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거쳐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KF-21을 기반으로 성능 개량을 거쳐 KF-21의 블록-3를 5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뒤 국산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단계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2016년부터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인 튀르키예는 지난 5월 차세대 전투기의 이름을 ‘칸(Kaan)’으로 명명했다.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등 주변국도 칸 개발사업에 참가했으며 이슬람 국가들이 잠재적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칸은 2030년경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인도는 2030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AMCA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5년에 첫 번째 시제기가 출시될 예정이며 2027년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러시아 등 항공산업 강국들은 이미 5세대를 넘어서는 성능의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군사 전문가들은 5세대 전투기가 이제야 실전에 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은 미래 전투기 시장 선점을 위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 BAE 시스템즈 누리집
= BAE 시스템즈 누리집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손잡고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3국이 추진 중인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은 영국과 이탈리아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이 일본의 차기 전투기 개발 계확과 합쳐진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참여하며 영국의 BAE 시스템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의 업체가 참여한다. 

GCAP는 2029년부터 2035년 사이에 시제기 시험비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벤 웰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계획에 일본이 참여하게 되면서 최초로 유럽과 아시아의 전투기가 합쳐지게 되었으며,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일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과 영국은 지난 1월에는 일종의 안보조약인 ‘원활화 협정(RAA)’을 맺은 바 있으며, 양국의 군사적 협력관계는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에어버스 누리집
= 에어버스 누리집

유럽에서는 독일의 주도하에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6세대 전투기 ‘미래전투 공중 시스템 (FCAS)’을 개발 중이다. 다쏘, 에어버스, 인드라 시스테마스, MTU 등 유럽 유수의 항공방산업체들이 참가한 FCAS 계획은 2029년에 첫 시험 비행을 진행할 예정이며 2040년부터 초도배치되어 기존에 유럽에서 운용하던 라팔과 유로파이터를 대체할 계획이다. 또 기존의 무인기를 무인전투기로 개발해 FCAS를 모선으로 하는 무인기 편대를 합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지닌 미국은 지난 5월 6세대 전투기 개발 착수를 발표했다. '차세대 공중 지배'(NGAD) 플랫폼으로 명명된 해당 전투기는 다채널 레이더, 레이저 무기, 적응형 사이클 엔진, AI가 적용된 전자 체계 등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미래 중국 공군의 위협에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는 2030년부터 F-22를 대체할 예정이다. 

※ 참고자료

한국군사문제연구원 (2023.05.18.) 뉴스레터 제 1458호 ‘세계 주요 국가의 『제6세대 전투기』 개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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