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코리아]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총선을 의식해 급조된 카드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6일 “급증하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과 함께,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밝힌 공매도 금지 이유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따른 주식시장 신뢰 저하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외국계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에 의한 주식시장 교란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오늘(6일)부터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국내 공매도 상위 글로벌 IB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 “불법 공매도 근절” 나선 금융당국, 공매도 전산화 도입할까?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공매도를 중단하는 만큼, 금지기간 동안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그동안 공매도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기관투자자와 개인 간의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의 도입 여부다. 실제 지난달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8일 만에 청원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청원인은 “현 증권거래 시스템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왜냐면, 시스템상 근원적으로 차입이 불가능하면 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무차입 공매도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증권거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에도 한 청원인이 “수기를 공매 전산화로 바꾸면 불법 공매가 실시간으로 검색되어 업무도 줄고 불법 공매가 근절될 텐데 인터넷 최강국 한국에서 아직도 수기를 고집한다는 건 불법 세력들과 유착된 거 아닌가”라며 불법 공매도를 방치하는 금감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6일 현재 1만7285명의 동의를 모은 상태다. 

금융당국도 공매도 금지기간 해당 방안에 대한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적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시장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폭 넓은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실제로 도입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실제 금융권 및 금융당국은 공매도 사전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해 기술적 한계 및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김 위원장 또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공매도 거래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대차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주식을 빌리는 거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전화나 이메일 등 이용하는 플랫폼이 다 달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파악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발언 또한 시스템 ‘도입’이 아닌 ‘대안 검토’인 만큼 개인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방안이 마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공매도 금지 부작용 우려 확산, ‘총선용 카드’ 비판도...

한편, 국내 증시는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중단 발표와 함께 오랜 만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오후 1시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90.85포인트(3.84%) 오른 2459.19를 기록 중이다. 

다만 공매도 금지로 인해 나타난 반등세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실제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는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2010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2020년 3월 17일~2021년 5월 2일 등 세 차례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코스피 등락률을 살펴보면, 2008년의 경우 공매도가 재개될 때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2010년은 100일째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장기간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2020년뿐이다. 

 

공매도 중단 이후 30~150일간 코스피 등락률
공매도 중단 이후 30~150일간 코스피 등락률

공매도 금지로 인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외국인 이탈, 증시 거품 확대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조치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급조한 카드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증시 회복과 불법 공매도 근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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