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이코리아] 한국인의 심각한 수면 부족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면 부족이 자칫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2016년 기준 7시간 4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8시간 22분)보다 41분이 부족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은 수준이다. 

수면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이 나쁘다는 것도 문제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웰니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7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수면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Med)가 지난 3월 발표한 글로벌 수면인식 조사에서도, 수면의 질에 대해 ‘불만적스럽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55%에 달했는데 이는 조사대상 12개국 평균(37%)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와 비기질성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인원은 지난 2017년 84만2856명에서 2021년 109만7282명으로, 5년 만에 25만4426명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불만족스러운 잠자리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장애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균 보험연구원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부터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은 GDP 대비 0.85~2.92%로 추정된다. 

OECD 5개국에서 수면 부족으로 발생하는 연간 GDP 대비 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캐나다 0.85~ 1.35% ▲독일 1.02~1.56% ▲영국 1.36~1.86% ▲미국 1.56~2.28% ▲일본 1.86~2.92%였다. 또한 올해 발표된 추가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만으로 발생하는 연간 GDP 대비 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최소 0.64%(오스트리아)에서 최대 1.31%(영국, 스위스)에 달했다. 

수면 부족이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레즈메드에 따르면,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이는 조사대상 12개국 평균(16.5%) 대비 4.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

설령 병원을 찾더라도 약물 치료에 그칠 확률이 높다. 수면장애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인력 및 인프라 부족으로 대부분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의사 대상 불면증 치료 현황 조사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의사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물 치료를 가장 우선한다는 답변이 57.1%로 가장 많았다. 2순위는 수면습관 교육(37.1%)이었으며 인지행동치료는 1.2%에 그쳤다. 

적절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수면장애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성균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국제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사회 제도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52개국을 대상으로 사회・경제학적 요인 및 인구 변수, 문화적 가치가 수면시간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과 세계거버넌스지수(WGI) 사이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WGI는 세계은행이 매년 산출하는 지표로 ▲여론 반영 ▲규제의 질 ▲정치적 안정성 ▲법치주의 ▲정부 효율성 ▲부패 통제 등 6가지 측면에서 측정된다. 해당 지표가 높은 국가일수록 수면의 질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수면장애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김석주 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은 지난 8월 30일 열린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잠보다 공부나 야근이 중요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어떤 대책도 소용이 없다”라며 충분한 수면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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