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떠나 부산에서 1인 창업 선택, 다채로운 한식 매력 알려...
- 해물부추전 굽고 자갈치 시장 투어까지... 체험형 프로그램에 외국인 만족도 ↑
- 부산 창업? 생각보다 좋은 환경... 창업 아이템은 고유한 아이덴티티 있어야...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 사진=장토푸컴퍼니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 사진=장토푸컴퍼니

[이코리아]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서울공화국’의 시대, 소멸의 위기를 눈앞에 둔 지역은 물론 부산과 같은 큰 도시들조차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흐름 앞에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부족과 각종 인프라 격차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경쟁을 상징하는 도시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움직임들도 조금씩이지만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서울’을 말할 때 반대편에서 삶의 터전을 고르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은 ‘서울공화국’이라는 문제를 풀 단서를 가지고 있을까? <이코리아>는 부산의 맛을 통해 한식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장토푸컴퍼니의 창업자 장희영 대표를 만나 부산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그의 삶의 궤적에 대해 들어봤다. 

“장토푸컴퍼니는 미식 전문 관광기업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식 쿠킹클래스와 푸드투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부산을 기반으로 한 기업인 만큼 부산 지역 음식을 주로 요리하고, 식재료도 부산에서 난 것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장 대표는 장토푸컴퍼니를 미식·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소개한다. 부산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쿠킹클래스와 지역 시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특산물을 체험하는 푸드투어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장토푸컴퍼니는 부산에 뿌리내린 기업인 만큼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쿠킹클래스에서 사용할 식재료로 부산 특산물을 고집하는 것도, 참가자들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쇼핑 플랫폼과 같은 여러 채널을 통해 부산 기업이 만든 매력적인 상품들을 소개하며 판로를 확장하는 것도 장토푸컴퍼니의 성과 중 하나다. 

“장토푸컴퍼니가 부산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 지역 회사들에서 연락이 많이 오세요. 최근에는 가시제거연구소라는 순살생선 판매업체와 함께 네이버 쇼핑에서 라이브로 쿠킹쇼를 방송하며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이런 방식의 B2B 사업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장토푸컴퍼니는 최근 들어 외부 기관과 손잡고 부산 요리와 식자재, 청년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컨텐츠를 만들어 나가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여러 방향으로 연결이 돼서 요새는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부산경제진흥원과 함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모시고 여러 고충을 듣는 컨텐츠를 작업했습니다.”

“제가 외국인 대상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해외도 자주 나가다 보니, 외국에서 요리 관련 컨텐츠를 만들거나 방송하는 분들이 직접 연락해오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핀란드 공영방송에서 제작하는 한국 관련 컨텐츠에 참여해서, 핀란드의 유명 셰프님을 모시고 제가 호스트가 되어 자갈치 시장도 안내하고 먹거리를 사 와서 같이 요리도 하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가운데)가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요리에 앞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과 장희영 대표가 사진=장토푸컴퍼니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가운데)가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요리에 앞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과 장희영 대표가 사진=장토푸컴퍼니

장토푸컴퍼니는 장희영 대표의 요리에 대한 오랜 애정과 즉흥적인 도전이 겹친 결과물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제철 음식을 만들고 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며 자란 장 대표는 리서치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사내 도시락 클럽에 참여해 제철 나물을 무쳐 직장동료들과 나누곤 했다. 사무실과 집만 오가며 업무에 치여 바쁘게 살던 동안에도, 요리를 통해 변해가는 계절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려는 시도였다.

“그냥 음식을 엄청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텃밭에서 만든 걸로 요리하고 장도 만드셔서 요리에 많이 노출돼 있었죠. 그땐 좋은 음식을 좋은 건지도 모르고 잘 먹고 지냈어요.”

“입사한 뒤에는 제 업무가 외국 담당이다 보니 시차도 자주 바뀌고 업무량도 많았어요. 마치 밥 먹고 일만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영혼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 클럽을 열어서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기억을 떠올려서 제철 나물을 무쳐가고는 했는데, 잠깐의 시간이지만 그게 정말 좋았어요.”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했던 장 대표는 스물아홉에 회사를 나와 전북 전주에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CCIK)에서 2년간 한식의 기본인 장 담그기부터 다양한 한식 요리를 습득했다. 물론 망설임도 있었지만, 아직 젊은 데다 부양할 가족도 없으니 홀가분하게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라는 친구의 응원이 장 대표의 결심을 굳혔다. 

“(퇴사를 한 뒤) 해외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쿠킹클래스도 다니면서, 한국인의 입장이지만 오히려 한식이 정말 다채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뭔가 다 소진만 한 느낌도 있었기 때문에, 한식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죠. 마침 방송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한국관에 멋지게 전시된 한식을 보면서 요리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토푸컴퍼니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부산 요리로 식사하기 전 부산 지역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장토푸컴퍼니
장토푸컴퍼니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부산 요리로 식사하기 전 부산 지역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장토푸컴퍼니

2년간의 한식 조리 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장 대표는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이 계신 천진암을 찾아 6개월간 채식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 공모전 포스터가 장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공모전에 당선된 장 대표의 창업 아이템은 단순한 한식이 아니라 ‘부산’의 요리였다.

“전국 규모의 공모전이었기 때문에 꼭 지역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런데 이탈리아, 일본처럼 미식으로 잘 알려진 다른 나라들을 보면 지역 단위로 요리가 알려지고 개발도 잘 되어있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작은 반도 국가지만 음식문화가 지역마다 많이 다르잖아요. 한식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확대되다 보면 우리나라도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지역적 특색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외국인들이 여행할 때도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서울에 있는 리서치 회사에 입사해 해외 업무를 담당했던 장 대표의 커리어는 이제 부산에서 토착 음식과 식자재를 통해 외국인에게 한식을 전파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도저히 예상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던 만큼, 주위에서 장 대표의 결심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 동기들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도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커리어를 완전히 바꾼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방에 간다고 하니까 전 직장 동료들도 ‘부모님은 뭐라 하시냐’, ‘괜찮겠냐’ 물으시며 조금 신기해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겁도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지역화’에서 한식 ‘세계화’의 실마리를 찾은 장 대표의 도전은 주위의 걱정과 달리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 대표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창업하기로 선택한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수요도 많지만, 경쟁도 많잖아요. 제가 부산에 내려왔을 때는 제가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부산 음식을 대표하는 청년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많이 심어졌고, 미디어에 노출도 많이 됐어요.”

“물론 처음에 아무 도움도 없이 혼자 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부산관광공사(BTO)와 연계가 돼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해외 박람회를 가거나 국제트래블마트에 참여하는 등 여러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 정부도 지역 살리기를 많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부산에 창업해서 역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장토푸컴퍼니 푸드투어 참가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해산물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장토푸컴퍼니
장토푸컴퍼니 푸드투어 참가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해산물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장토푸컴퍼니

‘부산’ 음식 알리기가 주제인 만큼 장토푸컴퍼니의 미식·관광 상품은 조금 특별하다. 장토푸컴퍼니의 쿠킹클래스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장 맛보기부터 시작해 멸치·다시마·미역 같은 부산 식재료를 활용해 조방 낙지볶음, 부추해물전 같은 부산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며 아직 세계에 덜 알려진 한국의 로컬 음식을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 지역 음식에 얽힌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장 대표의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참가자들은 단순히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을 넘어 한식이라는 문화를 깊이 ‘체험’하게 된다.

“저희 쿠킹클래스에서는 시작 전에 항상 ‘장 테이스팅’이라고 제가 직접 만든 재래장을 맛보고 알아보는 시간이 있어요. 저는 한국의 장이 물·소금·콩으로 만든 완전한 채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코리안 마더 소스’라고 소개하죠.” 

“같이 요리를 하고 지역 막걸리도 곁들여서 식사한 뒤 다도까지 하고 나면, 이제 시장에 나가요. 전통시장에서 직접 짠 참기름이라던가 제가 수업 때 쓴 식재료를 알려드리면 사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것까지 도와드리고 나면 4시간 정도가 걸려요. 어떻게 보면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가시는 거라 참가자 모두 상당히 좋아하세요.” 

깊이 있는 체험형 한식 관광상품에 대한 수요가 정말 있을지 장 대표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닥쳐온 코로나19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OTT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K-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것.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단순 관광보다는 한 번 방문했을 때 지역 문화를 제대로 체험해보고자 하는 수요도 점차 늘어났다.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수요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은 차이가 아주 극명해요. 코로나 때 한국 컨텐츠가 유행하더니 부산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 ‘부산행’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제가 한식진흥원과도 일을 같이하면서 바레인·멕시코에 한식을 강의하러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한국 음식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정말 많이 높아져 있다는 걸 실제로 체감하게 돼요.” 

“덕분에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이탈리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화된 한식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에 원했던 형태의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씩 마련되는 느낌이라 요새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맨 왼쪽)가 푸드투어 참가자들에게 부산의 전통시장과 특산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장토푸컴퍼니
장희영 장토푸컴퍼니 대표(맨 왼쪽)가 푸드투어 참가자들에게 부산의 전통시장과 특산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장토푸컴퍼니

‘한식의 지역화’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청년 기업인으로 성장한 장 대표지만, 여전히 서울이 부산보다 청년에게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20대에 만난 서울은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부산에 있는 회사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임금 차이가 꽤 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부산 이 생활비나 물가가 좀 더 저렴해서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서울에서 일할 때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저도 (부산에) 오기 꺼려질 것 같아요. 취업준비생의 입장이라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장 대표는 사업 아이템이나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부산에서 창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제가 리서치 회사에 다닐 때는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대기업이었어요. 수요기반과 접점이 있으려면 회사도 서울에 있어야 하죠.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이라면 부산에서 창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외국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역적인 제약이 크게 없거든요.”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꼭 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이 꼭 서울에 기반을 두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저는 다른 도시에서 시작하는 게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 부산은 제2의 도시이기도 하고 인프라도 꽤 잘 돼 있는 편이라,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부산에서 창업하는 걸 추천해요.”

다만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면 우선 준비가 필요하다. 장 대표는 서울을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실제 지방에서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자기만의 취향이 생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변에서 만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뭔가가 있다면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다만 고향이나 제3의 중소도시에 가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사전에 한 번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워케이션 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있으니까 지원도 해보면서 지역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감을 잡아볼 수도 있구요. 만약 사업을 한다면 무엇보다 확실한 자기 아이덴티티가 있는 아이템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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